그럼에도 IT 부문의 관세철폐는 도약의 기회다. 지난 1997년 7월 처음 발표된 203개 품목 무관세화 조치가 외환위기를 맞은 한국의 수출증대와 국내 IT·벤처산업 활성화로 이어지는 데 기여한 것처럼 이번에도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세계적인 교역 감소 추세와 중국의 경기 부진으로 수출까지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으로서는 모처럼 호재를 만났다.
주지하듯이 IT산업은 우리의 주력이다. 지난해 수출액이 1,366억달러로 전체의 24%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중 수출 총액이 전년 대비 5.1% 감소하는 부진 속에서도 IT 부문은 2.1% 성장을 기록할 만큼 효자 산업이다. 주요 시장 조사기관들에 따르면 이번 협상 타결로 신규 창출된 시장 규모는 약 1조달러에 이른다.
관건은 기회를 어떻게 살려 나가느냐에 있다. 한국이 IT 강국이기는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무엇보다 국제 시장질서를 좌우하는 것은 세계 패권지도와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점이 이번 협상에서도 증빙됐다. 정보기술협정이 무려 18년 만에 타결되는 데는 지난해 11월 미국과 중국 정상 간 극적인 합의가 있었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한국의 선택은 자명하다. 신기술 개발과 경쟁력 우위만이 관세철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길이다. 무관세 대상에서 제외된 LCD·OLED·2차전지도 기술력 격차를 확실하게 벌려놓아야 할 때다. 한국이 강한 품목을 주요국들이 제외한 데는 따라잡을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IT 무관세화는 기회이자 위기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