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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 마을사진가가 되자


지난 2000년대 들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매체환경의 발달과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사진문화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누구나 사진을 향유하고 생산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미니홈피나 개인 블로그에 올리고 다양한 취향과 카메라 기종에 따라 결성된 사진동호회 카페ㆍ사이트를 통해 왕성한 사진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회적 이슈에 적극 개입하면서 사진으로 소통을 모색하는 사진가집단도 등장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디지털 장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숙련된 포토샵 기술을 구사하며 전문가 이상의 사진을 만들어내는 사진애호가들도 있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곁들여 서울의 북촌 같은 특정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자 답사를 떠나는 일반 시민사진가들도 점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고해상도 카메라를 내장한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대중적으로 보급됨에 따라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숫자도 증가, 사진 찍기는 일상적 풍경이 됐다.

지역 삶·문화유산 사진으로 기록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사진의 사회적 역할ㆍ기능과 관련한 새로운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고가의 장비와 사진기술을 뽐내거나 취미활동을 통해 자기만족을 얻고자 했던 사고에서 벗어나 의미와 가치가 있는 사진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자기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 사회의 주체로 거듭나려는 지역 시민사진가들의 활동이 그것이다. 이들은 특히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뉴타운 사업지구를 중심으로 삶터를 찾아가 일상의 이미지를 기록ㆍ보존해 지역의 문화유산으로 남기려는 사진기록 프로젝트에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2006년 서울 아현뉴타운 지구를 시작으로 매년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된 마을을 사진으로 기록해온 '문화우리'의 도시경관 기록 프로젝트에는 수십명의 시민사진가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2009년부터 원주시의 경관과 시민들의 삶을 기록하고 있는 원주24도시기록 프로젝트에도 시민사진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지역 아카이브(archive)를 구축하고 있다. 2010년 안양에서 열린 '2010 만안의 이미지-기록과 기억전'에는 3,000명의 안양시민과 학생들이 참여해 동네의 모습과 주민들의 일상을 기록했다. 이달에는 서울 홍익대 인근의 상상마당 주관으로 전문사진가 8명과 아마추어 사진가 80명이 참여해 서울시 전역의 모습을 하룻동안 촬영하는 원데이샷(One Day Shot)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마을공동체 담은 아카이브 구축을

이렇게 촬영된 사진들은 각 지역의 중요한 기록문화유산으로 보존돼 지역 콘텐츠로 활용되고 지역사ㆍ생활사 연구의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요즘 화두는 마을공동체이다. 서울시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오는 2017년까지 5년간 주민 중심의 자치ㆍ문화ㆍ경제 활동이 순환되는 마을공동체 975곳을 세우기로 했다. 마을공동체 형성에 있어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아카이브이다. 아카이브는 '지역 내 집단적 기억과 정체성을 나타내는 장소'라는 점에서 사진기록을 통한 지역 아카이브 구축은 그 마을의 핵심적 과제다. 이러한 일에 각 지역의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참가할 수 있다면 사진의 또 다른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추어 전문가들에게 이렇게 당부하고 싶다. 철마다 전국의 유명 사진촬영지로 향하는 행렬에서 벗어나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 마을의 역사와 문화의 흔적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마을사진가가 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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