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배아(胚芽)를 치료ㆍ연구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한 현행 생명윤리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5년 넘게 끌어온 배아연구 위헌논란을 헌재가 나서 최종 마무리함에 따라 냉동 배아를 이용한 생명공학 연구와 불임치료ㆍ인공수정ㆍ배아복제 관련 산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7일 남모씨 부부와 철학자ㆍ의사 등 13명이 지난 2005년 "생명윤리법 일부 조항에서 배아연구를 허용하는 것은 헌법상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전원일치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착상 전 배아는 인간으로 보기 어렵다"=재판부는 "수정된 배아가 생명의 첫걸음을 뗐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모체에 착상되지 않은 이상 자연과학적 인식수준에서 독립된 인간과 개체적 연속성을 확정하기는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이어 "수정 후 착상 전의 배아가 인간으로 인식되거나 그와 같은 취급해야 할 사회적 승인이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체외에서 수정돼 모태(母胎)에 착상하기 전 배아는 기본권을 가진 인간으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임신에 사용하고 남은 배아의 보존기간을 5년으로 하고 그 기간이 경과하면 폐기하도록 한 생명윤리법 규정은 위헌이라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해서도 전원일치로 합헌판단을 내렸다. ◇업계 연구활성화 기대=그동안 생명윤리 논란으로 발목이 잡혔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합헌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유달리 엄격한 통제를 받아왔던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국내에서는 지난해 차병원이 복지부로부터 승인을 받고 체세포복제배아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등 황우석 사태 이후 중단됐던 줄기세포 연구가 다시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 관계자들은 이날 헌재 결정이 나오자 "연구자들이 마음 편히 연구에 매진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단순히 배아줄기세포 연구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세포치료제 개발도 한층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주도하는 차병원그룹의 자회사인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의 정형민 사장은 "이미 세계적으로 배아줄기세포는 연구단계를 벗어나 임상화ㆍ산업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며 "지난 10년간의 연구 과정을 통해 국내에서도 질병관리본부에 50여개에 달하는 배아줄기세포가 등록돼 있을 정도로 이 분야의 연구는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이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또"줄기세포 연구가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이자 의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그 중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개발은 난이도와 개발비 부담이 커서 진입이 어렵지만 이제부터 시장이 본격적으로 크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합헌 결정이 나자 27일 증시에서는 배아줄기세포 관련주인 차바이오앤이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9,31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또 관련 줄기세포주인 알앤엘바이오가 6.04%, 메디포스트는 3.8% 올랐다. 차바이오앤은 배아줄기세포 국내 대표기업으로 지난해 5월 정부로부터 체세포 복제를 통한 줄기세포 확립 연구승인을 획득했으며 현재 실명치료제, 인공혈액 등을 연구 중이다. 알앤엘바이오와 메디포스트는 각각 성체줄기세포ㆍ제대혈줄기세포 업체로 배아줄기세포 허용과 함께 줄기세포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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