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29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위안화 청산 및 결제에 관한 업무협력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 협약 체결은 시 주석의 독일 순방에 맞춰 이뤄진 것이다. 영국 영란은행(BOE)도 지난 26일 인민은행과 유사한 계약을 맺었으나 31일 조인식을 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프랑크푸르트가 런던을 제치고 유럽 내 첫 위안화 허브로 도약하게 됐다"고 타전했다. 위안화 결제 서비스가 가능해지면 EU권 내의 위안 결제 수요를 독일로 끌어들일 수 있어 프랑크푸르트의 위안화 허브 도약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유럽 기업 및 은행들은 이 같은 결제 서비스 권한을 갖지 못해 홍콩을 통해 위안화를 거래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왔다.
독일이 위안화 허브 경쟁에 앞서 있던 런던을 제치고 한발 먼저 결제 서비스 권한을 유치한 것은 양국 간 굳건한 무역 관계가 바탕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양국의 무역 규모는 1,400억유로로 프랑스·영국 및 이탈리아의 대중 무역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중국에 있어 독일은 제2의 수출시장이며 독일은 중국을 3대 무역국가로 두고 있다.
프랑크푸르트가 독일 분데스방크는 물론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ECB)까지 품고 있는 점도 이번 양해각서(MOU) 체결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은 "독일 중소기업인 미텔슈탄트의 대중 무역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양국 간 통화 및 투자 확대에 있어서도 중대한 이정표가 될 사건"이라고 평했다. 특히 이날 독일증권거래소도 중국의 뱅크오브차이나(BOC)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향후 중국 기업들의 독일 증시 상장을 지원해 유럽 내 중국 투자 수요에 부응할 것이라 밝혔다.
벤츠 생산업체인 다임러가 올 초 비금융권 기업 중에서는 최초로 판다본드(해외 기업이 중국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채권)를 발행하고 지난해 현지 주요 기업인 지멘스가 세 번째 공식 결제 통화로 위안을 지정하는 등 양국 간 금융 협력 움직임은 기업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독일 산업의 허리인 서부 노스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만 800개 중국 기업이 자리하고 있는 등 양국 간 교역 관계는 성장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이에 기반해 독일은 이날 주도인 뒤셀도르프에 네 번째 중국 영사관을 열 방침이라 천명했다.
프랑크푸르트의 발 빠른 움직임에 영국 런던의 '시티'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뉴욕·도쿄 등과는 달리 자국 자금이 아닌 국제 자금의 거래 중개를 바탕으로 성장해온 런던은 금융위기의 후폭풍 속에서 위안화 허브로의 도약을 최대 과제 중 하나로 삼아왔다.
전문가들은 향후 프랑크푸르트는 중국 기업의 상장이나 무역 결제 확대 등 보다 안정적인 소매 투자 통로로 자리매김하고 하루 평균 환 거래 물량만 5조달러에 달하는 런던은 환 등 각종 파생상품이나 기관·은행 위주의 도매 금융 등 대형 금융 거래에 집중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중국이 BOC나 중국공상은행(ICBC)의 지점 형태로 예상되는 청산결제 은행을 두 도시 중 어느 곳에 두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FT는 "런던에 이어 프랑크푸르트도 중국 국영 은행들과 업무협력계약을 맺으며 주력 허브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중국도 판다본드 관련 규정을 완화하는 등 위안화 국제화에 적극 나서고 있어 양국 간 역외 위안 허브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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