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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국회의원(새누리당·대구 북구갑)
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전년대비 47% 증가한 707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체 정보통신기술(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수출이 전체산업의 30%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ICT 분야의 무역흑자를 제외하면 전체산업의 무역수지는 오히려 적자인 걸로 나타났다. 결국 우리나라 경제는 ICT 산업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불균형을 안고 있다. ICT 산업의 주요 수출품목을 보면 반도체·LCD·휴대폰 등 대기업·하드웨어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중소기업·소프트웨어와 같은 분야는 경쟁력이 매우 취약하다. 이렇게 대기업…하드웨어 중심의 ICT 산업이 ICT 융합의 시대에서 지속적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첨병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지난 2분기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는 우리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소니나 노키아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두렵다. 중국의 저가폰이 경쟁력을 가지게 되면서 삼성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우리나라의 수출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동일한 고가 스마트폰이라도 아이폰은 전혀 불안하지 않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두 기업은 모두 스마트폰 제조회사이지만 기업의 특성이 전혀 다르다. 애플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업이고,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중심의 기업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이미 세계 경제는 자본을 근간으로 하는 산업사회에서 창의력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정보사회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산업사회에서 기계가 필요했었다면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창의력을 실현시키고 축적된 데이터를 실생활의 부가가치로 변환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수적이다.
세계 IT기업 중 시가총액 10대 기업을 살펴보면 1990년대에는 소니, 히타치, NEC 등 모두 하드웨어 중심의 기업이었으나 2014년 현재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업이 대부분이다. 이것만 봐도 소프트웨어 기술이 산업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부터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정책을 만들어 왔다. 2001년 소프트웨어산업 육성기본계획(김대중 정부), 2005년 소프트웨어산업 발전전략(노무현 정부), 2010년 소프트웨어 강국도약 전략, 2011년 공생발전 SW생태계 구축전략(MB정부) 등이 수립되었고 많은 예산이 투입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강국인 우리나라가 세계 소프트웨어시장 점유율에서 수년 동안 2%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뿌리에 비료를 주지 않고 꽃에 비료를 주었기 때문이다.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지 않고 산업적으로만 접근을 하다 보니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차라리 2000년대 초부터 산업육성보다 고급 소프트웨어 인력을 육성하는 대학교육에 정부의 역량을 집중하였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소프트웨어 산업이 활성화 되었을 것이다.
산업발전은 ‘인재’라는 눈으로 아기 눈사람을 만드는데서 시작된다. 눈사람을 만들려면 먼저 주먹만한 눈을 뭉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계에는 주먹만한 눈뭉치조차 만들만한 고급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조그만 눈사람을 만들고 나면 그 주변에 다른 눈들이 묻어 점점 더 큰 눈사람이 되는 것처럼, 인재양성은 우리나라가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제3차 경재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18개 대학의 52개 학과를 특성화학과로 지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수천 명의 우수인재를 육성하여 지난 30년간 전자, 조선, 자동차 산업이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한 것처럼 지금 우리에게는 변화된 패러다임에 부응하는 지식정보사회형 대학 특성화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장기적이고 집중적인 대학교육을 통해 우수인재를 확보하고 전략적으로 육성하여 고급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배출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에서는 단순한 응용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시스템 소프트웨어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등과 같이 다수가 공동으로 개발해야하는 매머드 소프트웨어 개발능력을 갖춘 고급인재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소프트웨어의 핵심은 사람이다. 인재가 양성되어야 산업이 부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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