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에서 23일 가장 많이 들린 단어는 '노무현'이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벌써 3년이 지났다"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연일 이어졌던 당 대표 경선 합동 연설회도 이날만큼은 열리지 않았다. 대신 당 대표 후보들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로 모였다. 이곳에서 야권 인사들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3주기 추도식을 진행했다.
같은 날 이번에는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졌다. 새누리당의 신임 원내지도부가 꾸려진 후 열린 첫 번째 원내대책회의에서는 '노무현'이라는 단어를 들을 수 없었다. 황우여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중 누구도 이날 추모를 위해 봉하 마을을 찾은 인사는 없었다. 이날 새누리당에서는 오후 늦게 짧은 논평 하나만이 나왔을 뿐이다. 오히려 며칠 전 이한구 원내대표의 트위터에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을 리트윗했다가 사과하는 글이 올라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 원내대표는 "리트윗하는 과정에서 무슨 실수가 있었던 모양"이라고 해명한 후 트위터를 잠정 폐쇄했지만 인터넷상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물론 엇갈릴 수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부터 이명박 현 대통령까지 모든 대통령이 그 과정을 겪고 있다. 하지만 총선 기간 내내 '국민이 하나된 새로운 세상'을 내걸었던 새누리당에서 단지 야권이라는 이유로 전임 대통령의 서거 3주기를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보내도 되는 걸까.
"격투기, 이전투구하는 과거의 모습은 청산해야 하고 경쟁상대를 흠집내는 정치는 더 이상 안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원내대표가 원내대책회의 첫 발언으로 19대 국회를 상생국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한 말이다. 상생은 함께 공존하며 산다는 의미다. 이는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새누리당이 생각하는 상생은 무엇인가. 적어도 19대 국회를 함께 꾸려나갈 상대 정당을 무시하는 방식은 아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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