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서 10여명이 해외전시회에 참가하면 수천만원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부스 임차료를 비롯해 400만~500만원 정도 지원받는 게 전부입니다. 정부나 기관에서는 한 업체라도 더 데려가려고 하니 참가기업이 받는 혜택은 쥐꼬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중소기업 A사의 사장은 정부의 수출 마케팅지원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부 정책을 계기로 글로벌 기업으로 '퀀텀 점프' 하고 싶은데 실질적인 혜택은 거의 없을뿐더러 효과도 빵점에 가깝다는 게 요지다. 그는 "지금까지 독자적으로 판로를 개척해 내수보다 수출을 더 키워왔는데 마케팅과 판로 개척에서 겪었던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맞춤형 정책이 되지 못해 아쉽다"고 호소했다.
정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기업청), 기관(KOTRA·중소기업진흥공단), 지방자치단체별로 중소기업들의 판로 확대를 위한 국내외 전시회 참가는 매년 끊이지 않는다. 행사가 끝나면 주관한 곳에서는 기업들의 상담, 계약 성과가 얼마라는 보도자료를 매번 배포한다. 수출지원 중 가장 보여주기 좋은 게 '전시회'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기업들이 실제 느끼는 체감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부스 위치도 대부분 구석진 곳으로 배정되기 일쑤고 상담 이후 계약까지 체결되지 못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치는 일도 허다하다. 등 떠밀려 한두명이 참가한 일부 기업은 '해외에 나온 김에'라며 주변 관광에 몰두하는 모습도 보인다. 결국 보다 많은 기업들이 고루 나누는 '나눠 먹기' 정책이 팽배한 탓에 예산만 헛되이 쓰이는 셈이다.
올해 산업부와 중기청의 수출지원 사업 예산은 무역보험공사 출연금을 제외해도 4,000억원을 넘는다. 무작정 수출기업을 늘리겠다고 나눠먹기식 전시행정이 이어진다면 실질적인 수출촉진 효과는 이번에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나눠먹기식 정책의 폐해는 이미 사업화되지 못하고 사장된 연구개발(R&D) 과제에서 숱하게 겪지 않았나. 차제에 정책 방향을 될성부른 기업을 찾아 '선택과 집중'으로 효율성 있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그게 바로 글로벌 강소기업을 늘리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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