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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원자력으로 고유가 파고 넘자
입력2005-11-09 17:19:01
수정
2005.11.09 17:19:01
지난 3월 우리는 개성공단에 전기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48년 5월14일 단독 정부 총선거를 이유로 북한이 송전을 중단해 남한 전역이 암흑 천지로 변한 이후 50여년 만의 일이다. 도대체 50여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우리나라 경제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60ㆍ70년대. 당시 우리나라 전력의 대부분은 석유 중심의 화력발전이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양상은 80년대 들어서면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공업화 초기인 60년대 건설기간이 짧은 화력이 주류를 이룬 반면 80년대부터는 유지비가 싸고 공해가 적은 원자력발전을 꾸준히 건설한 것이다. 80년 9%에 불과하던 원자력발전의 비중이 현재는 약 40%에 달한다.
연료비용 낮고 온실가스 없어
자원이 빈약하고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원자력이 유일한 대안이었던 것이다.
산업 현장에서의 안정된 전력 공급은 성장의 원동력이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값싸게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원자력의 힘이다.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화력의 경우 발전소 건설비는 적게 들지만 발전원가 중 연료비가 50% 이상 차지함으로써 연료 가격이 상승하면 그만큼 발전원가도 오르게 된다. 이에 비해 원자력은 발전원가 중 연료비 비중이 10% 수준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발전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의 고유가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오히려 고유가에 대한 정의를 새로 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판이다. 유가가 오르면 대체연료의 수요도 높아져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것은 아주 기초적인 경제논리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원자력의 경제성을 의심하는 일부 단체들이 있다. 이들은 방사성 폐기물로 인해 미래에 막대한 처분 비용이 들어간다고 주장한다. 원자력발전을 가동하는 과정에서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화력발전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100만㎾ 용량의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 연간 200만톤의 석탄을 연소하면서 32만톤의 재, 2만톤의 질소산화물 및 4만톤의 황산화물을 배출한다고 한다. 또한 65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뿜어낸다. 이러한 환경오염물질로부터 지구를 깨끗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은 얼마나 될까. 계산해낼 수나 있는 것일까.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대부분은 에너지 부문에서 발생한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발전과 산업 부문이 각각 31%와 34%를 차지하고 있다. 발전의 경우 오는 2020년에는 약 36%까지 늘어나 가장 큰 배출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언젠가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의무감축량을 할당받게 될 경우 발전량을 줄여야 한다는 말인가. 아니면 산업 활동을 축소해야 하는가. 만약 원자력을 통해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고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원자력발전은 첨단기술의 집합체로 고도의 과학기술을 필요로 한다. 또한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매우 큰 에너지원이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은 미국과 프랑스ㆍ캐나다 등 원자력 종주국에 수출될 정도로 세계 원자력기술시장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원자력기술의 우수성이 관련 산업의 첨단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방사선 레이더를 통해 항공기 결함의 유무를 검사하고 수출 주력 제품인 반도체 웨이퍼(waper)를 제조하는 중요 공정에 원자로의 원리가 이용된다. 철판의 두께를 일정하게 제어해 우수한 냉연강판을 생산하는 것도 원자력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핵심 산업에서 원자력 관련 기술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첨단기술 활용 관련산업도 발전
정부는 경주ㆍ군산ㆍ영덕ㆍ포항 4개 지역에서 실시된 주민투표 결과,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로 경주시가 최종 선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86년부터 19년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방폐장 부지 선정의 숙제가 해결된 것이다.
이처럼 방폐장 건설이 쉽지 않았던 것은 원자력, 즉 핵의 위험성에 따른 것이다. 우리의 인식 속에는 원자력이 에너지가 아닌 엄청난 공포의 살상무기로 각인돼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원자력에너지를 핵폭탄과 같이 바라보는 시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이번 투표 과정에서 방폐장은 핵폭탄처리장이 아닌 지역경제 발전의 기틀이 되는 보물 창고였다. 즉 방폐장의 문제는 이제 원자력의 안정성보다는 민주적이고 투명한 추진 절차의 문제인 것이다.
원자력에너지가 이 시대 에너지 문제의 유일한 해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초고유가시대에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하면 원자력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번 주민투표로 19년 동안 지고 있던 방폐장 건설이라는 큰 짐을 덜게 됐다. 원자력을 통해 고유가의 파고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결과에 승복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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