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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경제학 대가들 생각 따라가면 미래가 보인다

■ 오랜 생각과 새로운 메스 (안기정·전영수 지음, 맛있는 책 펴냄)<br>"복잡한 사회현상 설명 불확실성 줄여"<br>노벨경제학상 수상자 30명 이론에 초점



실험 경제학ㆍ행동 경제학 등 경제 이론부터 엉터리 경제학ㆍ김연아 경제학까지 경제학이 넘쳐나는 시대다. 하지만 넘쳐나는 경제학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이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합리적 인간'과 '효율적 시장'으로 압축된 경제학의 최대 전제만으로는 복잡하고 다양해진 사회현상을 설명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수학적 이론으로 어떤 사회과학현상도 설명할 수 있다던 경제학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 때문에 "경제학은 그 힘을 다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책은 이 같은 평가에 반기를 들고 차분히 경제학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미래를 예측하자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1969년부터 배출된 역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30인의 생각을 빌려왔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경제학자들의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앞으로의 예측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노벨상 수상자에 초점을 맞춘 이유에 대해 "경제학자가 평생을 바쳐 완성한 경제이론은 그 자체가 경제학의 역사이자 미래"라며 "노벨 경제학상이 중요한 이유는 사회과학의 최고권위일 뿐 아니라 헷갈리던 사회현상을 명쾌히 설명함으로써 일상 생활의 다양한 불확실성을 줄여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책은 경제학이 합리적이며 효율적이라는 기본전제에 대해 부작용과 반작용을 주고받은 역사라고 말한다. 아담 스미스가 최소정부 자유방임을 작동원리로 한 시장중심의 고전경제학을 내놓은 이후 데이비드 리카르도, 존 스튜어트 밀, 헨리 조지, 칼 마르크스 등의 학자들이 경제학의 틀을 완성했고 케인스는 큰 정부를 통한 시장개입을, 1980년대는 다시 시장중심의 신자유주의가 경제학 패권을 장악하는 식으로 경제학이 발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기부활동과 환경보호 등은 철저히 손익계산에 따라 본인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경제학의 기본 가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더 이상 경제학으로 시장과 사회를 분석하기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책은 우리 생활이 경제학의 통제에서 벗어나긴 어렵다고 말한다. 경제학은 개개인의 작동원리를 지배하며 정부정책부터 기업전략까지 수많은 시장의 선택지가 특정한 경제학적 이론 토대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의 노벨경제학상 수상 이론은 250년 고전경제학이 지닌 특유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새로운 힌트와 시각을 제공해주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피터 다이아몬드는 대규모 구인시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왜 실업이 존재하는지를 정보의 불균형으로 설명한다. 경제주체들이 시장에 대해 완전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가정하는 전통 주류경제학과 달리 실제로는 불완전한 정보 하에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책은 과거 경제학자들부터 최근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통해 경제학은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경제학을 통해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도 거두지 않는다. 노벨상의 계절을 맞아 올해는 어느 경제학자가 오랜 생각에 새로운 메스를 가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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