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산업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여기저기서 수익성 증대와 관련해 많은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만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최근 들어 국내 휴대폰업체들의 약진이 다소 주춤해진 반면 모토로라가 전세계적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구사하고 있다. 그래서 길현창 모토로라코리아(48) 사장이 내던진 말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길 사장은 지난 7월 초 모토로라의 야심작인 초슬림폰 ‘레이저’의 출시와 동시에 사령탑에 올랐다. 그는 “휴대폰업체들의 기술력 차이가 많이 줄어들면서 글로벌 경쟁이 무척 심화되는 추세”라며 “현재 5~6개의 업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앞으로는 1~2개 업체만이 주도권을 형성해나갈 수도 있다”고 전세계 휴대폰시장을 전망했다. 불과 40대의 나이로 모토로라코리아의 대표이사에 취임한 것은 일종의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길 사장은 모토로라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0년 만에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올랐다. 67년 국내에 진출한 모토로라가 평사원 출신 사장을 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길 사장은 “모토로라는 기본적으로 무조건 많은 제품을 쏟아내기보다는 세계적인 추세를 선도할 수 있는 휴대폰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빨리빨리 다양한 제품을 내놓지 않아) 한국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다소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경쟁이 심화되는 시장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이 주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토로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아날로그 형태의 휴대폰을 선보이며 한때 무선시장에서 독주를 거듭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모토로라는 노키아에 1위 자리를 내주고 삼성전자로부터 2위 자리까지 위협당하는 처지에 놓였었다. 하지만 올들어 초슬림폰이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면서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벌리면서 옛 영광을 찾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토로라코리아도 지난달 국내에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휴대폰 사업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10%에 육박하는 시장 점유율을 달성하며 경쟁업체들을 바싹 긴장시키고 있다. 길 사장은 “모토로라코리아는 지난해 어필텔레콤을 인수함으로써 임직원이 1,000명이 넘는 큰 조직으로 변모했다”며 “특히 우수한 연구인력과 한국의 강력한 모바일시장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회사로 일궈가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휴대폰사업에 있어서 국내 업체들은 무척 기민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모토로라는 이에 비하면 더딘 게 사실이다. 길 사장은 “한국 업체들은 사장이 방향타를 제시하면 재빠르게 움직여 소비자를 이끄는 다양한 상품을 내놓지만 모토로라는 전세계 소비자들의 요구를 파악해 제품을 만들다 보니 다소 느릴 수도 있다”면서 “모토로라의 전략이 장기적 관점에서는 보다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디자인을 무기로 내세운 초슬림폰 바람을 불러일으킨 모토로라는 앞으로 더욱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길 사장은 “소비자들의 취향이 무조건 기술만 앞세우기보다는 독특한 디자인에 무게를 둔 제품 쪽으로 옮겨가는 추세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모토로라의 이름에 걸맞은 독창적인 1~2개의 제품을 내세워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길 사장은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단말기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한국 이동통신시장의 경우 과거에는 통신사들이 주도권을 가졌지만 이제는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하자 소비자들의 단말기에 대한 선호도가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며 “모토로라는 현재 SK텔레콤에만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KTF나 LG텔레콤 등 다른 사업자에도 단말기를 공급할 것인지를 적극적으로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모바일시장의 경우 내년부터 휴대인터넷(와이브로)과 3.5세대 이동통신기술인 고속하향패킷접속방식(HSDPA)이 상용화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예정이다. 길 사장은 “새로운 산업의 성공은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소비자들의 기호에 달려 있다”면서 “휴대인터넷 등도 결국은 소비자들이 얼마나 필요성을 느끼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소비자와 직원이 의사결정 잣대 길현창 사장은 무엇보다 경영의 원칙과 직원의 경쟁력을 강조하는 사람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휴대폰산업에서 회사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을 내릴 때 언제나 '소비자와 직원' 을 중요한 판단 잣대로 삼아야 한다고 믿는다. 길 사장은 "경영을 이끄는 데는 소비자와 부하직원, 그리고 상관이라는 3대 요소를 얼마나 적절히 잘 조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도 3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공정하고 원칙에 흔들림이 없도록 회사를 운영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길 사장이 설명하는 원칙은 사내 구성원들과의 합의를 통해 구현된다. 그는 회사의 경영자가 원칙을 관철하는 동시에 부하 직원들로부터 신망을 얻어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비즈니스를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길 사장은 이를 위해 평상시에도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인근 카페에서 차 한잔을 함께하며 비즈니스나 일상생활에 대한 애로사항을 청취하려고 애쓴다. 특히 길 사장은 "사장의 위치는 회사 직원들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고가 되도록 지원하는 자리"라며 "이는 곧 회사의 경쟁력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임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도 많은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2007년이면 모토로라가 한국에 진출한 지 40년을 맞는 만큼 그동안 회사가 한국 경제에 기여한 공과에 대해서도 올바른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모토로라는 과거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를 국내에 선보임으로써 한국의 정보기술(IT) 산업과 동반 성장해왔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국내 경제와 모토로라가 윈윈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약력 ▦57년 전남 광주 출생 ▦76년 서울 중앙고등학교 졸업 ▦81년 동국대 회계학과 졸업 ▦84년 모토로라코리아 입사 ▦94년 모토로라 반도체사업부 수석재무 담당 부장 ▦04년 모토로라코리아 모바일사업부 제조담당 이사 ▦05년 모토로라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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