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시자들’은 두 개의 전지적 작가 시점이 벌이는 게임이다. 첫 번째 전지적 작가는 범죄조직 보스 제임스(정우성)이고, 다른 하나는 경찰 내 감시팀 황 반장(설경구)이다. 이 두 개의 전지적 작가는 팀에게 지시를 내리고 통제를 한다. 작가의 말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한쪽에서는 범지를 저지르고 다른 한쪽에서는 범죄자를 감시하고 추적한다.
그러나 영화 제목이 무색할 정도로 ‘감시’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특히 동독 비밀경찰이 반체제 인사들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도청하는 영화 ‘타인의 삶’을 떠올린다면 과연 영화 ‘감시자들’의 ‘감시’는 다른 의미인가 생각할 수도 있다. 감시보다는 오히려 추적에 가까워 ‘추적자들’이라 해야 할 것 같다. 감시 받는 대상은 오히려 범죄자가 아닌 감시팀원들이다. 물론 작전 수행을 위해 팀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니터링 돼야하지만 말이다. 이것은 제임스의 조직도 황 반장의 팀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이 영화를 재미있게 한다. 황 반장과 통제실의 지시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팀원은 마치 황 반장과 통제실이 체스나 게임을 하는 듯하다. 영화에서 팀원들은 꽃돼지, 앵무새, 다람쥐 등 동물 ‘코드 네임’을 사용한다. 또 지도 위에 꽃돼지, 앵무새, 다람쥐 등 동물 캐릭터 말을 올려놓고 위치를 보여준다. 이들이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장면들은 관객마저 황 반장이 돼서 캐릭터를 움직이게 하는 듯한 느낌은 준다.
이에 반해 제임스의 조직은 이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장면이 디테일하지는 않았다. 제임스가 통제하는 장면이 황 반장의 팀의 그것처럼 디테일했다면 ‘감시자들’은 더욱 흥미진진했을 것이다.
스마트 시대를 살고 있지만 정작 사건을 일으키고 해결하는 핵심은 ‘아날로그’가 담당한다. 범죄조직 보스 제임스는 가로 세로 낱말 맞추기로 암호를 만들어 행동대원들에게 보낸다. 그리고 제임스를 잡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신입 하윤주(한효주)는 다른 어떤 기록에 의존하지 않고 보고 기억하는 ‘인간’ 자체의 능력으로 용의자를 기억해내고 그를 추적하는 내내 모든 것을 기억해 황 반장에게 보고한다. 그리고 그의 기억은 사건을 해결한다. 또 범죄자를 쫓는 황 반장이나 범죄를 일으키는 제임스나 2G폰을 이용한다. 스마트 기기는 감시하기에도 감시당하기에도 둘다 용이하기 때문이다. 2G폰은 도청과 감청에 매우 취약하다. 2G역시 디지털이고 아날로그라고 말하기에는 부적합하지만, 아날로그가 단지 시간의 개념으로 ‘오래된 것’을 의미한다면 아날로그적인 것이다.
‘감시자들’은 범죄 액션 드라마로 분류됐지만 범죄와 액션보다는 드라마적 재미 게임을 보는 재미를 주는 영화로는 볼만 하다. 7월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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