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판계는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열풍이다. 그가 쓴 ‘21세기 자본’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그, 혹은 그의 책을 해석 혹은 덧붙이거나 비판하는 등 시도들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피케티의 책은 일반인이 접근하기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경제이론서다. 또 매우 선명하고 강력한 정책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논쟁적인 저작이기도 하다. 해설이든 비판이나 옹호든 관련서들이 나오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왜 우리는 더 불평등해지는가: 피케티가 말하지 않았거나 말하지 못한 것들’(김공회 외 지음, 바다출판사·이하 ‘왜 우리는’)은 이러한 두 가지 용도 모두에 잘 부합한다. 이 책은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 대한 급진적인 비판과 대안을 담고 있으면서도, ‘21세기 자본’의 전체 내용을 충실히 요약해 그 의의도 잘 드러내고 있다.
‘왜 우리는’의 여섯 저자들은 자신들을 “마르크스와 그로부터 영향받은 지난 100여 년간의 어떤 지적 흐름들 안에서” “비판적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젊은 학자들”로 소개한다. 이는 피케티가 마르크스와 종종 비교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실제로 ‘21세기 자본’이라는 제목 자체가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떠올리게 하나 피케티가 여러 인터뷰에서 피케티가 마르크스주의와의 관련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러한 흥미를 더 부추긴다.
그렇다고 ‘왜 우리는’이 마르크스주의적 입장에서 피케티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강조하는 것은 피케티가 주로 다루는 분배나 세제의 차원에만 머물러서는 피케티가 내놓는 급진적인 불평등 완화 방안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먼저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하나의 분배론을 내놓기 위해 장기간에 걸친 소득분배 현황의 변천을 추척하는데, ‘왜 우리는’의 저자들은 분배뿐 아니라 생산과정 전반을 담는 포괄적인 시야를 가져야만 분배양상의 변화도 올바르게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시대에 금융업의 융성은 같은 기간 생산을 둘러싸고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간의 관계양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흔히 피케티의 논의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것과는 달리, ‘왜 우리는’의 저자들은 경제학뿐 아니라 정치학과 사회학(문화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이는 불평등이란 단순히 경제적 문제가 아님을 강조한 피케티의 입장에 부합하는 구성으로서 그런 만큼 ‘왜 우리는’은 향후 ‘21세기 자본’과 관련된 논의를 좀더 풍부하게 확장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