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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독일의 경영진 보수 공개

파이낸셜타임스 3월14일자

독일 기업들은 오랜 세월 동안 ‘비밀의 역사’를 간직해왔다. 독일 기업들이 지역별ㆍ분야별 이익 명세를 공개하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독일 정부의 법 개정으로 독일 기업들은 내년부터 이사회 임원들의 봉급ㆍ보너스ㆍ스톡옵션 등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일부 기업들의 거센 반발을 고려할 때 독일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경영진 보수공개 법안은 많은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독일 정부의 결정은 바람직한 것이다. 새로운 법안은 주주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한편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해 독일을 미국ㆍ캐나다ㆍ영국ㆍ프랑스 등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기업인들은 경영진 보수와 관련된 국제적 흐름에 더 이상 뒤처져서는 안된다. 설령 경영진들이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과도한 보수를 받는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경영진 보수와 관련해 세계 경제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투명성 증진방안이 모색되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3년 전 독일 정부와 재계는 경영진 보수공개에 대해 자율적으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독일 30대 기업 중 자발적으로 경영진 보수를 공개한 기업은 20곳에 불과했다. 특히 다임러크라이슬러ㆍBMWㆍ헨켈ㆍ바스프ㆍ뮌헨리 등 독일 대표 기업들은 경영진 보수공개를 거부해왔다. 경영진 보수공개에 반대하는 기업들은 이 조치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거의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르셰의 벤델링 비데킹 회장은 “정부의 결정은 기업 이사회에 사회주의 정책을 도입하는 시도로 볼 수 있으며 인권침해 소지도 있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반발은 모순이다. 경영진 보수 공개는 이미 국제적인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각 정당과 대중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새 법안은 기업 투명성을 크게 증진시키겠지만 경영진들의 임금 수준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기업의 이사회는 그동안 기업의 주가가 부진하더라도 경영진에게 과도한 보수를 지급해온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독일 경제는 아직도 기업 중심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경영진의 보수를 공개한다고 해서 순식간에 주주들의 천국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경영진 보수공개는 미래를 향한 발전적인 시도로 환영받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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