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의 고민은 좋은 직업이냐, 나쁜 직업이냐였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직업이 있느냐, 없느냐의 절박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청년들의 생존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득권의 성(城)을 깨야 합니다."
이탈리아의 명문 보코니대의 프란체스코 지아바치(사진) 교수는 청년실업 문제의 해법으로 시장 개혁을 주문했다. 그는 MIT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MIT 교수를 거쳐 보코니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는 유럽 거시경제 전문가이다. 국내에는 그의 저서 '유럽의 미래'가 소개돼 있다. 그는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뿐만 아니라 과도한 기득권 보호와 경직된 노동시장이 젊은이들이 좌절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면 사람들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려는 심리가 강해집니다. 기성세대가 기득권에 대한 보호장벽을 더 높고 공고하게 구축하려 드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 보호벽은 이미 성안에 들어가 있는 기성세대의 이익은 지켜주지만 이제 막 사회에 나온 젊은 세대에게는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이 됩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이중적인 노동시장 구조를 들었다.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에서 기업들이 더 이상 정규직을 뽑지 않고 임시직으로만 신규 인력을 채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기성세대=정규직, 젊은 세대=임시직'의 이중구조가 공고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아바치 교수는 "정규직은 과도하게 보호 받는 반면 임시직에 대한 보호장치는 너무나 허약하다"며 "좋은 일자리의 성안으로 진입하는 데 실패한 젊은이들은 임시직을 전전하다 제대로 된 직업교육도 받지 못하고 평생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기득권 보호는 '일자리 파이'를 한쪽 세대로 쏠리게 할 뿐만 아니라 파이의 크기를 늘리지 못하게 가로막는다고 지아바치 교수는 지적했다. "밀라노시의 경우 쓰레기 수거 회사를 시가 운영합니다. 왜 이런 분야까지 공공이 담당해야 하는지. 이탈리아의 경우 수출기업들은 해외기업들과 경쟁하다 보니 지금도 체력이 튼튼하지만 공공·서비스 등 내수 부문은 지난 10년간 생산성 성장률이 제로(0)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제적인 경제성장은 제자리를 걷고 새로운 일자리도 줄어들게 됐습니다."
그는 시장 개방과 노동시장 개혁을 주문했다. "불필요하게 공공이 끌어안고 있는 부문을 민영화하고 노동시장을 개혁해 정규직과 임시직 간 불균형적인 보호의 격차를 줄여야 합니다. 기득권의 성은 법의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법을 바꿔 성을 허무는 것이 청년 문제의 해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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