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손에서 담배를 떼놓기 위한 보건당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스코틀랜드에서는 ‘현금’이 임산부 금연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글래스고 대학 연구진은 임산부에게 금연 성과에 따라 단계적으로 현금을 지급해 금연을 유도한 결과, 상담과 금연보조제를 이용한 방법보다 금연 성공률이 2배 이상 높았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612명을 흡연 임산부 대상으로 절반은 상담과 금연보조제를 사용해 금연을 권했고, 나머지 절반은 금연 성공의 열매로 ‘현금’을 내걸었다.
임산부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흡연 임산부가 상담을 받고 금연계획을 짜면 50파운드를 지급한다
이후 2주마다 금연을 유지했을 경우, 임산부에게 50파운드씩 지급한다. 12주가 흘렀을 때 임산부는 150파운드를 손에 쥐게 된다.
임산부가 출산 마지막 주까지 금연을 유지했을 경우, 추가로 200파운드를 지급 받는다. 모든 단계를 거쳐 금연에 성공한 임산부는 총 600파운드(한화 98만 원)를 벌 수 있다.
실험결과, 현금인센티브 금연프로그램에 참가한 임산부의 23%가 금연에 성공했다. 반면, 상담과 금연보조제를 이용한 일반적인 치료방법의 금연 성공률은 9%에 불과했다.
연구를 주도한 데이비드 타핀 교수는 “여성에게 임신과 출산은 도전인 동시에 기쁨이지만, 저소득층 여성들에게는 마냥 힘든 일로 다가오기도 한다”며 “이 임산부들이 돈을 받아 생필품과 아기용품 등을 구매하게 되면 임신의 부담감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고, 이러한 동기는 중독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6년에 걸쳐 양질의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흡연 임산부의 금연을 유도해본 적도 있지만, 현금 지급만큼 효과가 컸던 프로그램은 없었다”며, “윤리적인 문제에 앞서 건강 프로그램으로서 효과를 봐달라”고 강조했다.
이전에도 영국에는 살을 빼거나, 금연에 현금을 당근으로 제시하는 시도는 있었다. 하지만 당사자의 도덕적 해이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 주요 보건 정책에는 채택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현재 20%에 달하는 영국 임산부 흡연율을 5%로 낮춘다는 목표로 현금 인센티브 금연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하기 위한 기금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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