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는 구글과 애플이 우리 정부의 조사에 잇따라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마땅한 제재방안이 없어 오히려 국내 기업들만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지난해 1월 사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구글 본사를 세계 최초로 입건했다. 경찰은 구글이 위치정보 서비스인 '스트리트뷰'를 국내에 제공하기에 앞서 지난 2009년 10월부터 2010년 5월까지 특수 카메라를 장착한 차량을 운행해 60만명에 달하는 사용자의 e메일, 인터넷 아이디 및 비밀번호, 신용카드 정보 등을 저장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처음으로 구글의 개인정보 무단수집 혐의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IT 업계의 이목은 자연스레 구글의 처벌수위에 집중됐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22일 구글에 대해 참고인 중지 결정을 하고 소환을 통보했던 개발자 2명에게도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참고인 중지는 참고인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어 수사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을 경우 장점적으로 수사를 중단하는 것이지만 구글이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면서 사실상 종결 수순에 들어갔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구글이 자발적으로 수사에 협조할 가능성이 없는데다 이를 강제할 마땅한 법적 규정도 없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해 8월에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사를 교묘하게 방해해 물의를 빚었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글코리아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자 구글은 서버의 전원을 끄고 일부 직원들의 PC에서 파일을 삭제했다. 특히 압수수색 다음달에는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해 수사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정부 조사에 비협조적인 것은 애플도 마찬가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9월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도미니크 오 애플코리아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통해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한 혐의로 이미 방통위로부터 벌금 300만원의 처분을 받았지만 처벌수위가 낮다고 판단해서였다. 하지만 애플코리아는 출장을 핑계로 국감 출석을 끝까지 거부했다. 앞서 전 사장인 앤드류 서지웍도 아이폰 애프터서비스와 관련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매번 출장으로 피해갔다.
이처럼 글로벌 IT 기업들이 교묘하게 정부 조사를 피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아닌 시민단체 등이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구글과 애플은 특정 사안이 발생하면 본사가 미국에 있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려 들 것이고 이 경우 우리 정부의 수사범위를 넘어서게 된다"며 "그동안 국내 시민단체들은 유독 이들 IT 기업에 관대한 경향이 있었는데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