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이 되면 으레 국민연금공단을 맡고 있는 기자들이 준비해야 하는 기사가 있다. 국민연금의 소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과 국민연금의 대응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에서 명실상부한 최대 큰손이다. 주요 기업들의 대주주로서 국민연금이 투자기업은 물론 일반 주주들에게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매년 주총 시즌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올해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이 적어도 한달 이상은 앞당겨진 듯하다. 출발점은 동아제약의 분할 안건을 상정한 임시 주총이었다. 9.5%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여타 반대 주주들은 적어도 동아제약이 주주가치 훼손을 방지할 수 있는 추가 타협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전체 주주의 절반 이상, 참석 주주의 70% 이상이 찬성하면서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는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났다.
반대 의사를 관철시키지 못한 국민연금에 주주가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물었다. "국민연금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이상의 대책을 요구할 수는 없다. 지분만큼 의결권을 행사했으면 된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주주제안, 사외이사 파견 등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앞서 사회적 공론화가 필수고 다양한 논의 속에 답이 정해지면 공단이 이를 수용해 주주권 행사지침을 정하는 것이 맞는 수순이라는 설명이었다.
매년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방안이 논란을 빚을 때마다 국민연금은 일관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사회에서 답을 찾아주면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스스로 적정 수준의 주주권 행사는 어떤 것인지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치열한 논쟁을 통해 답을 찾는 데 소극적인 것이다.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의 말대로 주주권 행사가 국민의 재산을 위탁 받아 운용하는 대리인으로서 당연히 행해야 할 의무라면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그 해답을 찾는 것 역시 국민연금의 몫이다. 가장 민감한 문제를 스스로 도마 위에 올리고 헤집어야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논란도 종지부를 찍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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