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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강남하고 달라요. 강남 같은 졸부는 없어. 강남은 무조건 여당이지만 여기는 무소속도 찍고 야당도 찍어요. 다들 똑똑해서 자세히 따져보고 뽑아요."
서울 양천구 목5동에서 지난 12일 만난 주부 황모(57)씨는 '이제껏 여당 의원이 3선을 했으니 새누리당 텃밭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양천갑은 목동 아파트 단지와 주상복합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주민들의 학력 수준이 높고 자존심이 높은 곳이다. "동네에서 되는 장사는 학원과 과외뿐" 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교육열도 상당하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을 더 지지한 반면 이번 구청장 보궐선거에서는 여당을 찍는 등 흔히 말하는 여당 텃밭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평화로우면서도 예민한 동네." 1997년부터 목동14단지에 살아온 차영 민주통합당 후보는 양천갑을 이렇게 정의했다. 2008년 비례대표를 신청했다 탈락한 후 계속 이곳을 노린 그는 2년 전부터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지하철역 출근인사부터 시작해 새벽 한 시까지 양천공원을 도는 일정을 소화하며 표심을 훑어왔다. 당보다 인물을 보는 동네 특성에 맞춰 그는 노란색 점퍼 등 노무현 바람을 떠올리는 차림을 하지 않는다. 그는 1단지부터 14단지를 앞으로 20년에 걸쳐 재개발하기로 한 계획이 여야에 따라 흔들리지 않게 주민참여위원회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2년 넘게 움직인 차 후보와 달리 길정우 새누리당 후보는 이번 총선부터 시작한 정치 신인이다. 김해진 전 정무차관 등의 예비후보 등을 물리치고 전략공천된 그는 예일대 박사 출신의 외교 전문가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자문을 해왔다. 이곳에서 내리 3선을 한 뒤 불출마한 원희룡 의원으로부터 사무실과 조직을 지원받고 있다.
그는 "(친이ㆍ친박계 쪽에서 지지를 받는다는) 조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구 파라고 내거는 것은 구태의연하다"고 강조했다. 정치 신인인 그는 "저는 '꼴통 보수'도 아니고 진보 쪽에도 아는 분이 많지만 요즘 야당은 극단적인 소수에 의해 주류가 흔들리면서 불안케 한다"면서 "남을 배려하고 더불어 살 수 있는 진정한 보수를 지키기 위해 출마했다"고 설명했다. 길 후보는 교육특구인 양천에 대해 "공교육 제도 안에서 수준 높은 콘텐츠를 만드는 혁신학교가 양천구에 1곳뿐이라 더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목동 학원가 앞에서 만난 최모(77)씨는 "원희룡씨 팬이다. 그가 미는 후보라면 믿음이 간다"고 전했다.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박모(33ㆍ학생)씨조차 "20~30대보다는 어르신들이 투표장에 많이 나올 텐데 길 후보가 어르신들에게 인상이 꽤 괜찮다고 들었다"면서 "차 후보가 인사 다니는 모습을 자주 봤는데 리더보다는 참모처럼 보였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많았다. 임모(63)씨는 "원희룡씨가 자기 사람만 치우쳐 등용하는 잘못을 몇 번 했다"면서 "다른 사람이 먼저 준비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자기 사람(길정우)을 심은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회사원 김모(29)씨는 "살면서 투표는 박원순 시장을 찍을 때 처음 했는데 이번에도 민주당을 찍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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