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67은 던질 곳을 찾은 수였다. 그러나 황이중이 승부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곧 던질 것 같은 자세를 취하면서도 최후의 노림을 엿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세돌이 68, 70으로 끊는 순간 그의 눈물겨운 노림은 산산히 부서졌다. 그가 기대했던 것은 백이 참고도1의 백1, 3으로 끊어 주는 코스였다. 그것이면 흑4 이하 18의 수순으로(백13은 6의 자리. 백17은 14의 자리) 백이 망하게 된다. 그러나 당대 제일의 수읽기로 정평이 난 이세돌이 그 함정에 빠질 사람인가. 백74를 보자 황이중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돌을 던졌다. "황이중이 세웠던 작전은 꽤 괜찮은 것이었어요. 싸움에 능한 상대와 대결할 때는 그저 실리를 잔뜩 챙겨놓는 게 제일입니다. 실리가 모자라는 상대는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다가 제풀에 주저앉게 마련이지요. 그런데 실리를 밝혀도 너무 무식하게 밝힌 게 패인이 됐습니다. 중앙의 흑대마를 진작에 보강했더라면 좋은 계가바둑이었을 겁니다."(최명훈) 한가지 의혹이 남는다. 이세돌이 타협의 길을 선택하지 않고 우악스럽게 중앙의 흑대마를 잡으러 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참고도2의 백1로 치중(실전은 5의 자리부터 꼬부려 응수를 물었음)했으면 과연 흑대마가 살았을까. 흑은 6으로 고개를 내밀고 백은 7로 포위하게 되는데…. "사는 수는 없었어요."(박지은) "이세돌은 잡지 않아도 이기니까 참아준 겁니다."(최명훈) "그게 프로지. 사실 약간 켕기기도 했을 것이고…."(조훈현) 174수끝 백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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