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시는 지난 5일 석촌지하차도에서 발견된 폭 2.5m, 깊이 5m, 연장 8m의 싱크홀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와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한 원인규명조사단은 이날 "지금까지 조사한 결과 지하철 9호선 3단계 건설을 위해 석촌지하차도 하부를 통과하는 실드(Shield) 터널 공사가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드 공법은 기계화 터널 굴착 공법으로 원통형 강재(실드)를 회전시켜 토사와 암반을 자르고 굴진(굴 모양으로 땅을 수평으로 파 들어감)하며 잘게 부순 토사와 파쇄암 덩어리를 반출하는 공법이다.
문제는 처음 발견된 싱크홀과 수m 부근에서 폭 5~8m, 깊이 4~5m, 연장 80m의 공동이 추가로 발견됐다는 점이다. 2개의 싱크홀이 나란히 발생한 석촌지하차도 구간은 지하수에 취약한 충적층(모래·자갈)이 두껍게 자리한 구간으로 수위가 내려갈 경우 침하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지역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서울시와 시공사도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고 실드 공법의 위험성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공기단축 등 비용절감을 위해 실드 공법을 적용하기에 적절치 않은 구간에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시공사에 지반보강 공법 선정 보고서를 내고 행동 매뉴얼을 작성하는 등 조치를 해오던 과정에서 싱크홀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싱크홀이 제2롯데월드 공사 때문이 아니라 지하철 공사 때문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부실공사 의혹이 도마에 오르고 주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추가 싱크홀 피해를 막기 위해 석촌지하차도 양방향 차량통행을 전면 통제하고 정밀안전진단에 착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석촌지하차도에 대해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고 보수·보강 후 안전성이 확보된 이후에 차량통행을 재개할 계획"이라며 "보수·보강은 원인규명 조사단에서 전문인력을 충원해 보수·보강 방법을 결정한 후 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석촌지하차도 주변 건축물에 계측기를 설치해 균열·경사도·침하상태를 측정하고 기준을 벗어난 건축물이 발생하면 원인이 해소될 때까지 지하철 실드 터널 공사를 즉시 중단할 계획이다. 특히 이미 굴진이 완료된 실드 터널 충적층 구간(807m)은 지반이 안정화될 때까지 지표면투과레이더(GPR) 탐사, 보링(boring)조사 등 지반조사를 실시하고 연약지반 구간, 커터 교체 등 과거 굴진 중단 위치에 대해 중점 조사할 계획이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