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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생계비까지 줄여 빚 갚기 나선 적자가계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가구의 적자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대비 적자가구 비율은 지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평균 26.1%였지만 지난해 23.7%로 낮아졌다. 저소득층과 60세 이상 고령층이 가구주인 곳의 적자비율 감소폭이 특히 크다고 한다. 부채가 소득의 15%를 넘는 과도차입 가구의 비중도 2%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겉으로만 보면 가계수지가 개선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적자와 부채 감소는 소득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지출을 줄여서 얻어진 것이다. 장기간 계속돼온 경기침체와 대외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빚과 소비부터 줄이자는 심리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가계수지 개선이 소비부진과 자산가격 하락으로 연결돼 경기침체의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고소득층이야 여행ㆍ외식을 줄이면 될 테지만 소득이 적은 이들이 빚 독촉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먹고 사는 데 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소비 감소가 가계부채와 생계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60세 이상 적자 가구의 80%가 소득 1분위에 집중돼 있는 점도 사회적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가계수지 적자의 근원은 저소득층의 소득이 좀처럼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순히 정부 지원을 늘리고 부의 재분배를 강화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최선의 방법은 저소득층과 고령층이 적극적인 경제활동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소득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결국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도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일방적인 퍼주기는 국민에게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자칫 계층 간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최근 정부 세제개편안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적자가구가 우리 사회의 잠재적 시한폭탄이 되지 않게 하려면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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