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박 대통령은 아베 신조 총리 등 일본 정치 지도자들을 겨냥해서는 날 선 비판을 하지 않았는데 이는 올해 3·1절 기념사, 지난해 8·15 경축사 등과 비교하면 내용과 어조가 한층 부드러워진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한중일 공조를 통한 북한 비핵화를 압박하고 핵심 국정과제인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시동을 걸기 위해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나서는 시그널을 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내년이면 한국과 일본은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면서 "한일 양국은 이제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로 나아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양국 간에 남아 있는 과거사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계개선의 전제조건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군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아계시는 동안 그분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전향적 조치를 요구해왔다"며 "이런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할 때 내년의 한일 수교 50주년도 양국 국민들이 진심으로 함께 축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한중일이 참여하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원자력안전협의체'를 제안했다. 이들 국가는 영토분쟁·역사인식 등을 놓고 갈등과 마찰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공통 해결과제를 먼저 풀어나가는 형식으로 협력과 화해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저는 유럽연합(EU)이 석탄철강 분야의 협력을 통해 다자협력을 이루고 유럽 원자력공동체를 만들었듯이 동북아 지역에서 한국과 중국·일본이 중심이 돼 원자력안전협의체를 만들어나갈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여기에 미국과 러시아·몽골은 물론 북한까지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남북한·일본이 모두 참여하는 협력모델을 국제사회에 제시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발표한 이날 일본 아베 내각 관료와 의원들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등 일본 지도자들이 우경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관계개선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분석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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