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금융당국이 A주에 연동된 상장지수펀드(ETF)의 미국 내 판매를 허용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본토와 홍콩을 제외하고 A주에 연동된 간접투자상품 판매가 허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중국인과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 허가를 받은 해외 기관들만 A주에 투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외국인이 중국 증시에 투자하려면 홍콩 등 중국 본토 외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에 투자하거나 직접 QFII 허가를 받는 수밖에 없었다.
미국 내 ETF 취급이 허가된 곳은 중국의 주요 자산운용사인 보세라자산운용과 하베스트펀드운용으로 이미 홍콩에서 유사한 상품을 판매한 경험이 있다. ETF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되며 보세라는 미국의 크레인펀드어드바이저스, 하베스트는 도이체방크 산하 도이체자산운용과 각각 제휴해 A주 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WSJ는 "중국인들만 투자할 수 있었던 자동차 업체 SAIC모터스나 중국 최대 주류업체인 구이저우마오타이 등 우량기업에 외국인들도 뉴욕 실시간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 개방확대의 일환이다. 중국은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늘리기 위해 QFII 한도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신규 QFII 투자액은 10억2,000만달러를 기록했고 QFII 누적 투자액은 지난 2003년 6월 현재까지 4억2,500만달러에서 지난달에는 485억1,300만달러까지 증가했다. 중국 당국은 또 4월부터 중국에 거주하는 대만ㆍ홍콩ㆍ마카오인들도 내국인과 똑같이 주식투자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WSJ는 이번에 A주에 대한 외국인 간접투자의 길이 열린 만큼 "앞으로 전세계 다른 증시에서도 A주에 연동한 상품판매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최근 중국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 우려가 가라앉지 않는 점은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는 데 부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한편 이번 ETF 판매허가 조치는 외국인들이 위안화로 중국 금융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RQFII)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중국의 외환보유액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3조6,600억달러 규모로 적정 수준을 훨씬 넘어 통화정책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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