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 스캔들이 '월가 vs 월가'의 소송전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일 블룸버그통신은 골드만삭스ㆍ모건스탠리 등 리보 산정에 관여하지 않는 월가 대형은행들이 리보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다른 월가 은행들을 제소할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리서치 업체 샌포드번스타인앤드코의 브래들리 힌츠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영국 금융당국의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리보 조작으로 손실을 본 월가 은행들이 리보를 조작한 다른 월가 은행을 고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경우 자기자본으로 투자한 부분의 손해배상 소송은 포기하더라도 대규모로 운용 중인 머니마켓펀드(MMF) 손실분에 대해서는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리보 조작에 따른 MMF 손실이 드러난다면 이들의 MMF에 돈을 맡긴 투자자에게 손실을 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산 기준으로 미국 5위 은행인 골드만삭스와 6위 모건스탠리의 경우 각각 2,090억달러와 750억달러 규모의 MMF를 운용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은 리보 조작으로 피해를 본 기업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에 동참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으며 다른 월가 은행들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원고 측 대표로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법정 밖에서 합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힌츠는 지적했다.
리보 조작사건의 진원지인 영국 바클레이스에 이어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월가 은행들은 JP모건ㆍ씨티그룹ㆍ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이다.
이미 헤지펀드ㆍ연금펀드 등의 투자자들이 리보 조작으로 손실을 봤다며 이들 은행을 상대로 10여건의 소송을 제기했으며 볼티모어시를 비롯한 미국 도시와 주정부들도 법정다툼에 나서고 있다.
제임스 콕스 듀크대 교수는 "일련의 규제사례들을 볼 때 리보 산정을 하지 않는 은행들이 소송을 지지하기가 더 쉬우며 잠재적인 배상금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 사이에 모든 이들이 전쟁(소송)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 등이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될 것을 우려해 소송전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18개 회원은행들이 제출한 금리 중 가장 높거나 가장 낮은 것은 제외하는 리보 산정절차상 어떤 은행이 조작에 얼마나 연루됐고 이로 인한 투자자의 피해가 얼마인지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섣불리 원고석에 앉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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