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올 1·4분기 한국의 성장 속도를 앞지르며 '아베노믹스' 효과를 제대로 과시하고 있다. 기업 설비투자가 살아나면서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일본 경제와 달리 한국은 수출 위축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악재까지 겹쳐 당분간 경기 부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 내각부는 8일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가 전분기 대비 1.0%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발표된 속보치(0.6%)에서 크게 상향 조정된 것으로 지난해 1·4분기 1.2%를 기록한 뒤 1년 만의 최고치다. 연율로 환산한 성장률은 3.9%에 달한다. 물가상승률을 더한 명목 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2.3%, 연율 환산으로는 9.4%에 달해 현재 기준으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 경제는 지난해 4월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인상한 후 소비 위축으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급격히 꺾였지만 지난해 4·4분기부터 증세 여파가 가라앉으면서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올 1·4분기에는 지난해 '나 홀로' 성장한 미국의 성장률이 -0.7%로 주저앉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0.4%를 기록한 가운데 일본 경제가 선진국 가운데 단연 최고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HSBC의 이즈미 드발리에 일본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미 경제매체 CNBC에 "(일본의) 설비투자와 개인소비·민간주택 부문이 회복되고 있다"며 "이는 경제가 제대로 회복 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징후"라고 설명했다.
쾌속 성장세를 보이는 일본 경제와 달리 한국 경제는 여전히 게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올 1·4분기 성장률은 0.8%로 4분기 연속 1%를 밑돌았다. 특히 수출 부진에 더해 메르스 사태로 내수까지 얼어붙으면서 일본과의 성장률 역전 현상이 2·4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LG경제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메르스 사태가 2·4분기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며 소비회복의 흐름을 꺾었다는 점에서 하반기 이후에도 부정적 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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