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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미술, 漢流 넘어 韓流로
입력2006-11-23 16:19:40
수정
2006.11.23 16:19:40
문외한의 눈으로 본다면 미술품 가격처럼 요지경 속일 게 또 있을까. ‘나도 저보다는 낫게 그릴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법한 그림 값이 수억원을 호가하는가 하면 심심치 않게 터져나오는 유명 작품의 위작 논쟁은 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를 흔들어놓기도 한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여간해선 시장 가치를 가늠하기 어려운 미술시장. 그 혼돈의 영토에 마침내 불이 붙었다. 글로벌 트렌드다. 자본의 불길이 이제 산업의 영역을 넘어 아트, 그중에서도 환금성이 강한 미술품으로 급속히 옮겨붙으며 새 형태의 글로벌 투자 전장(戰場)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아시아, 그중에서도 중국이 버티고 있다.
중국작품중심 글로벌 투자경쟁
장 샤오강. 중국 아방가르드 미술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이 40대 중국 아저씨의 전시회가 최근 서울 인사동에서 열렸다. 공짜라도 손님이 안 들기 일쑤인 전시회는 유료 입장임에도 문전성시, 작품들은 오프닝 전 모조리 팔렸다. 남이 그렇다니 명작이지 빛 바랜 사진 같은 그의 하이퍼리얼리즘 작품 ‘동무 No.120’가 올 봄 뉴욕 소더비에서는 9억4,000만원 최고가에 낙찰됐다. 격변기 중국인의 서정성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해석이 따른 그림 몇 점이 TV 수천대를 팔아야 벌 수 있는 뭉칫돈을 간단히(?) 쓸어모았다.
황사처럼 몰아치는 중국발 화풍(畵風)의 동력을 둘러싼 시장의 해석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의 팽창에 힘입어서다. 막강 글로벌 화교 자본이 여러 경로로 ‘중국 미술 띄우기’에 나서고 콜렉터들과 함께 막후에서는 유능한 전문 에이전시들이 동분서주 뛰고 있다. 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그 절정의 시기가 될 전망이다.
자본 뒤에 도사린 문화적 전통이 중국 미술 부흥의 단단한 토대임은 의심할 바 없다. 누가 뭐래도 세계 최고의 문명을 만들었던 중국인 DNA 속에 숨겨진 예술가적 기질, 그리고 그것을 꿰어 보배로 만들 줄 아는 중국인 특유의 상술이 합쳐져 중국을 현대 미술 중심국의 위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 미술의 이 같은 달음박질에 비춰보는 우리 미술은 그런데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글로벌 무대 속 한국 미술시장의 낙후성은 한마디로 세계 시장과의 소통을 위한 시스템 부족의 결과다. 인구 대비 작가 수가 적지않음에도 백남준 말고는 전세계에 내세울 만한 거장이 없는 유감스러운 현실은 미술 동네 자존심의 문제다.
스타 탄생을 위해 필요한 것, 바로 인 바운드보다는 ‘아웃 바운드’(out bound) 마케팅이다. 외국 대가들의 전시 유치도 중요하나 우리 작가들의 해외 진출은 지금에 비할 바 없이 확대돼야 한다. 그를 위해 해외 전시ㆍ아트페어 등에 우리 작가를 강력히 끌어들일 아트 기획 및 매니지먼트 전문가 집단의 양성은 당장 필요한 국가적 과제다. 중국 미술 세계화의 뒤에 가오망루와 호우한루 같은 파워 있는 큐레이터ㆍ딜러들이 겹겹이 버티고 있는 점은 마땅히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가 문화 사업의 사명감을 가진 기업들의 협조 또한 절실하다. 화교 자본의 중국 미술 띄우기가 민족주의, 중국 문화 중흥을 시대 사명으로 여기는 ‘중화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은 기업과 자본가들이 특히 간과해서는 안될 큰 교훈이다.
한편 예술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 수준을 끌어올려야 하는 점은 장기적 과제다.
작가 해외진출등 국가적 지원을
문화적 자질에도 불구 미술 관련 일반의 낮은 민도(民度)는 전람회 한번 변변히 찾지 못하고 오로지 입시에만 매달리는 우리의 교육 부재 상황이 출발점이다. 작가에게는 선천적 재주가 필요할 줄 모르나 미술품을 보는 눈은 훈련으로 트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안목들이 모일 때 아트 시장은 탄탄하게 성장하게 마련이다.
국가의 선진화는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 그리고 문화산업으로 영역 확장을 해나가는 게 정석이다. 중국 미술이 세계를 휩쓸고 인도 등 제3세계 미술까지 밀려오는 마당에 한국이 세계 시장 뒤켠에 물러앉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문화적 자존의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경제적 관점에서도 그렇다. 미술에서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漢流)를 한류(韓流)로 돌리기 위한 시도의 출발점은 세계 미술계가 아시아를 쳐다보기 시작한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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