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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 버스가 달려온다

10여개국서 흥행가도 호주 뮤지컬 '프리실라' 7~9월 한국 공연

여장남자·게이·트렌스젠더 3명이 오색빛깔로 변신하는 버스 타고

가족·자아·사랑 찾아가는 여정 그려

성적 소재로 농염한 무대 펼쳐지지만 그 속의 인간적 스토리 감동 자아내

뮤지컬 '프리실라'의 스웨덴 공연 장면.


지난달 26일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의 고따 레욘(Gota Lejon) 극장. 1,100여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며 리듬에 맞춰 한쪽 발을 쿵쿵 굴러댄다. 손잡은 엄마와 10대 딸부터 은발의 노부부까지, 관객들은 무대를 향해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무대 위 커튼이 열리자 화려한 옷과 화장으로 치장한, 성별을 구분하기 힘든 배우들이 손을 흔들며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들이 있는 드랙퀸(여장남자) 틱, 철딱서니 없는 젊은 게이 아담, 왕년의 드랙퀸 스타이자 중년의 트렌스젠더인 버나댓. 이 독특한 트리오의 여정을 그린 뮤지컬 '프리실라'의 스웨덴 공연 현장이다. 평범하지 않은 사내(?) 3명이 드랙퀸 쇼를 위해 호주 시드니에서 앨리스 스프링스까지 이동하는 버스 여행기는 가족, 자아, 사랑을 찾아가는 평범한 인간의 여정이기도 하다. 마돈나, 신디로퍼 등 추억의 7080 음악이 더해져 향수를 자극하는 쥬크박스 뮤지컬, 호주 역사상 최대 흥행 뮤지컬 프리실라가 7월 한국을 찾는다.

"그녀는 뮤지컬 계의 가장 뛰어난 디바다." 스톡홀름에서 만난 프리실라 오리지널 프로듀서 개리 맥퀸은 '그녀'를 입이 마르게 칭찬했다. 뛰어난 뮤지컬 계의 디바, 그녀는 바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이야기의 중심이자 핵심 무대인 버스다. 은색 고철 덩어리였던 버스는 대형 사고(?)를 겪은 뒤 형형색색의 프리실라로 거듭난다. 쇼를 통해 틱과 버나댓, 아담이 더욱 농염하고 아름다운 여인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무대에서 360도 회전하는 이 버스는 수천 개의 LED 조명을 달고 오색 빛깔로 변신하며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버스제작에만 10억원 넘는 돈이 들어갔다. "처음엔 버스 없이 뮤지컬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지만 프리실라 없는 뮤지컬 프리실라는 불가능하더군요." 버스 때문에 몇 번이나 제작 계획을 엎었던 맥퀸 PD는 결국 8.5톤짜리 디바를 무대에 세우기로 했다. 그렇게 뮤지컬 계의 가장 육중한 디바가 탄생했다.

프리실라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감동이라는 게 맥퀸 PD의 설명이다. 그는 "수억 원짜리 화려한 버스도, 아카데미 의상상 수상자가 만든 멋진 의상도 모두 그림을 둘러싼 액자일 뿐"이라며 "그 속의 그림, 즉 공감 가는 스토리가 12개국 공연을 이끈 프리실라의 진정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만나본 적 없는 아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아버지, 문제아지만 따뜻한 보호를 갈구하는 청년, 새 사랑 앞에 설레면서 고민하는 중년. 평범한 사람들도 경험했을 법한 고민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한국 공연의 흥행은 이색적인 소재를 한국적인 감성·정서와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달렸다. 이 작품은 7080 팝송에 익숙하고 그 시절 추억이 있는 40~50대 이상 관객층, 성적 소재에 개방도가 높은 20~30대 관객을 모두 겨냥하는 제2의 맘마미아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성적 소재가 부담스러운 중년층, 옛 노래에 친밀도가 떨어지는 젊은층으로 인해 타깃 관객층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순천향대 교수)는 "뮤지컬 맘마미아도 한국 초연 당시 '아빠가 누군지 모르는 딸을 키우는 여자'라는 소재 탓에 우려가 많았지만, 인간적인 스토리를 잘 풀어내 인기를 끌었고 젊은 층에도 크게 어필했다"며 "프리실라 역시 성적 코드나 이색적인 문화를 한국 정서에 맞게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흥행을 좌우할 것"으로 평가했다.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는 "드랙퀸이라는 소재가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예술적 취미의 하나일 뿐"이라며 "이번 공연으로 오히려 드랙퀸이란 문화를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실라는 7월 8일부터 9월 2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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