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서 발생하는 내부자거래ㆍ시세조종(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행위는 시장의 역동성만큼이나 복잡ㆍ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규제 체계는 오래 걸리고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형사처벌로 효율성이 떨어진다. 금융당국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신속하게 불공정거래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행정 제재인 과징금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법무부와 검찰은 행정 제재인 과징금 도입에 매우 소극적이다. 법무부는 검찰 수사가 아닌 금융감독기관의 조사에서 비롯되는 부적절함, 거래소나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가 법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금감원 조사역을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지정하고 금융위원회의 조사권 활용, 검찰이 참여하는 수사 절차 개선과 함께 강력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국민적 법감정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과징금 도입
그러나 무거운 형사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제재 수단이 효과적인 억제력을 가지는가이다.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개선은 자본시장 거래의 특수성을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절차 개선으로 접근하는 것은 미온적인 방법이다. 비대면 거래가 원칙인 자본시장 거래는 인과관계의 시장사기이론, 입증 책임 전환 등 일반 사법상 거래 규제와 다른 점이 많다. 금융범죄 적발에는 고도의 수사기법 도입보다 신속한 규제로 피해 확대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범죄에 대해 죄형법정주의에만 매달린다면 검찰에 금융 전문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단기 처방으로 금융위ㆍ금감원ㆍ거래소 등 금융감독 일선기관과 전문 수사기관인 검찰의 효율적 규제 컨소시엄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ㆍ금융산업규제기구(FINRA)ㆍ뉴욕증권거래소(NYSE) 등 금융감독 일선기관 관계자들이 거의 정기적으로 만나 긴밀히 협조해 시장 감독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누가 주도하느냐는 다음 문제다. 우리나라의 금융감독기관들은 감독 시스템 운영에 대한 오픈 마인드가 너무 부족하다. 검찰도 예외는 아니다. 공무원이 아니라거나, 금융에 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에 상호 협조를 등한시한다면 날로 발전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효율적 금융감독 체계를 정립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준사법ㆍ준입법적 기능을 가진 SEC 같은 미국식 행정위원회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절차 개선과 감독기관 간 긴밀한 협조기구를 만드는 단기적 방안으로 접근하든,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라는 장기적 방안으로 접근하든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과징금 제도 도입은 필요하다. 검찰조직을 대폭 확대하고 금융 전문성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으면서 "금융범죄는 형사처벌 대상이므로 과징금 도입은 곤란하다"는 태도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규제기관 협조 시스템도 구축해야
검찰은 과징금 도입 시 금융감독기관의 과도한 재량, 과징금 부과 절차와 조사 등을 견제할 기관이 없다는 지적도 한다. 그렇다면 기소를 독점하는 검찰은 누가 견제하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시스템은 신뢰에 기초한다. 일부 문제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검찰을 신뢰하는 것은 국민이 동의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공감하는 제도는 신뢰해야 한다.
단기간에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수사 절차를 개선하고 감독 체계를 개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위ㆍ금감원ㆍ거래소와 검찰 간 긴밀한 협조 시스템을 구축하고 과징금을 도입한다면 미진했던 처벌이 활성화되고 가장 효과적인 억제력를 갖는 제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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