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법 제38조에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 헌재가 이 규정을 잘 지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이 헌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헌재 개소 이래 처리된 총 1만1,305건의 심판사건 평균 처리기간은 374.6일로 1년이 넘었다. 올해 처리된 338건의 평균 처리기간도 1년 5개월이나 됐다.
선고기간을 규정한 조항이 잘 지켜지지 않다 보니 서둘러 처리해야 하는 사건을 즉시처리사건(시급사건)으로 분류하는 것도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헌재는 사건처리가 지연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중대한 손실이 예상되는 경우, 사건처리가 지연돼 사회 전체의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경우 해당 사건을 적시처리사건으로 분류한다.
문제는 최근 제기된 투표연장 헌법소원에서 볼 수 있듯이 헌재 내부에서 이 사건을 사실상 시급사건으로 분류하고 심리를 진행하고 있지만 언제 선고가 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권한쟁의심판 사건, 위헌법률심판 사건과 달리 헌법소원의 경우 지정재판부에 배당된 후 전원재판부에 넘겨질지 여부가 결정된다. 전원재판부에 넘어가야 본격적인 심리가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투표연장 헌법소원 사건의 최종 결과가 대선 전에 나올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물론 180일 심판기간 규정은 '강제규정'이 아닌 '훈시규정'에 불과하다. 처리속도보다 중요한 게 법률적 판단이라는 설명도 틀린 말은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권리구제 기능이 강화되면서 헌재에 접수되는 사건들은 점점 증가하는 반면 재판관들은 겨우 9명에 불과하다는 점 역시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심판기간 180일에는 잘못된 법률 때문에 피해를 보는 국민들의 피해구제를 최대한 빨리 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심판기간 지연에 대한 헌재의 '핑계'를 이해할 수는 있어도 방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헌재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뢰받고 영향력 있는 국가기관이 됐다"고 강조하는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의 말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으려면 헌재는 심판기간 180일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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