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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한국 조각가들의 진지한 삶과 고뇌 조명

■ 빌라다르와 예술가들 (서울조각회 엮음,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펴냄)


빌라다르(Villa D'Art)는'예술의 별장'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동시에 빌라다르는 1960년대 연건동 서울대 교정에서 미술대학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했던 카페 이름이었다. 격변의 시대를 살면서도 예술가의 꿈을 품은 젊은이들이 이곳에 모여 예술과 사회, 사람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당시 시대상과 예술가들의 삶을 들여다 본 이 책은 서울대 조소과 출신 조각가들이 출범한 서울조각회(회장 최명룡)가 결성 30주년을 기념해 10개의 장으로 엮은 27명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조각사의 숨은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흔히 예술가는 기행(奇行)을 일삼고 음주가무와 이성편력에 빠져 있다는 선입견도 존재하지만 책은 예술가들의 진지한 삶과 고뇌에 집중한다. 서울대 미대 초대학장인 장발 학장은 "학생은 오로지 학교에서 창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전념해야지 기성작가가 되려 해서는 안 된다"며 자생력을 강조했고, 조각가인 김종영 교수는 "짚신 신고 바지저고리 입는 것이 한국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말로 한국적인 동시에 세계적인 예술을 추구하라고 가르쳤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으나 천재 조각가로 재조명된 권진규는 생전에 홀대받는 작가였다. "권진규 씨가 돈이 궁해서 전쟁 기념비 제작에 참가했더니 함께 일하던 조각가들이 '당신은 사실적인 조각은 못 하니까 얼굴엔 손도 대지 말고 군화만 만들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미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분의 작품 세계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거예요. 그랬던 권진규 씨의 작품이 지금은 한 점당 1억 원이 넘죠." 조소과 학생들의 시대별 풍속과 다양한 일화가 담겨 있다. 엘리트 예술가로서의 각성과 고뇌도 행간을 흐른다. 3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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