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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이겨낸 값진 승리… 세계가 반했다
입력2010-02-26 18:44:49
수정
2010.02.26 18:44:49
박민영 기자
[밴쿠버 동계올림픽]<br> 세계선수권등 전경기 석권… 사상 첫 그랜드슬램 달성
이변은 없었다. 김연아 선수가 26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세움에서 열린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50.06점을 얻어 쇼트프로그램 점수(78.50점)를 합친 총점 228.56점을 기록, 아사다 마오(일본ㆍ205.50점) 선수를 23.06점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피겨 변방에서 등장한 천재 김연아가 각고의 노력 끝에 세계 피겨 전설의 반열에 올라서는 위업을 이뤄낸 것이다.
◇자신을 이겨낸 승리=아사다와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값진 승리였다.
올림픽을 눈앞에 둔 지난 2009년 시즌 김연아는 독주 태세를 갖췄다. 세계선수권 첫 우승, 사상 첫 200점 돌파, 출전 5개 대회 석권 등 모든 대회를 휩쓸어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진정한 대관식을 치르는 자리로 여겨진 게 사실이다. '동갑내기' 아사다가 라이벌로 나섰지만 김연아는 지난해 10월 시즌 첫 그랑프리 대회에서 여자 싱글 사상 처음으로 210점의 벽을 깨뜨렸다.
김연아의 기세를 막을 선수나 장벽도 없었다. 그러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가장 큰 변수가 남아 있었다. 시리즈로 펼쳐지거나 매년 열리는 그랑프리 등과는 달리 4년에 딱 한번 주어지는 기회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김연아는 중압감이라는 장벽을 완벽하게 넘었고 13년간 키워온 꿈과 온 국민의 열망을 후련하게 실현시켰다.
◇점프ㆍ표현력, 퍼펙트 연기=AP통신은 김연아의 금메달 소식을 타전하면서 "피겨스케이팅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연기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썼다.
말 그대로 완벽에 가까운 연기였다. 중압감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조지 거슈윈 작곡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의 선율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점)에서 2점의 수행점수(GOE)를 챙기면서 가뿐하게 연기를 시작했다. 연이어 트리플 플립(기본점 5.5점)까지 무려 1.8점의 GOE로 완벽하게 처리하자 '이미 승부는 끝났다'는 분위기가 경기장에 퍼졌다. 이후 3연속 점프 등을 가산점 행진 속에 끝내는 등 실수 없는 '클린 프로그램'을 해냈다.
◇명실상부 '피겨 여제'로=완벽한 우승 덕에 빛나는 기록도 작성됐다. 우선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그랑프리 파이널, 4대륙선수권을 모두 석권한 사상 첫 번째 선수로 남게 됐다. 김연아는 이 모든 우승을 단일 시즌에 이뤄내 순도면에서도 으뜸이다. 선수 생활 기간에 달성하는 '그랜드슬램'과 구별되는 '연아 슬램'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날 김연아가 받은 프리스케이팅 점수 150.06점은 지난해 10월 치러진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자신이 기록한 역대 최고점(133.95점)을 16.11점이나 뛰어넘은 놀라운 기록이다.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 신기록 경신과 함께 총점 역시 자신의 세계기록(210.03점)을 무려 18.53점이나 뛰어넘었다. 신채점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220점대를 넘기는 신기원을 이룬 것이다.
◇일본 자존심 꺾은 쾌승=김연아와 금메달 경쟁을 펼친 아사다는 총점 205.50점으로 자신의 역대 최고점을 세웠지만 두 차례 점프 실수가 겹치며 은메달에 그쳤고 일본의 또 다른 메달 후보였던 안도 미키는 188.86점으로 메달권을 벗어났다. 김연아의 우승은 아시아의 피겨 종주국을 자처하는 일본의 자존심을 꺾을 만한 결과다.
일본은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이토 미도리가 피겨 여자 싱글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아시아 국가로는 사상 처음 올림픽 메달국이 됐고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아라카와 시즈카가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아시아 유일의 피겨 여자 싱글 금메달 국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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