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현지 외교가에 따르면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달 30일 어빙 윌리엄슨 국제무역위원회(ITC) 회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난해 3월 발효한 한미 FTA가 미국 중소기업의 생산ㆍ분배ㆍ수출전략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오는 5월1일까지 제출해달라고 했다. ITC는 대외무역이 미국 내 생산ㆍ고용ㆍ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모든 요인을 조사하는 대통령 직속 준사법적 기관이다.
커크 대표는 서한에서 중소기업들이 한미 FTA의 어떤 조항에서 이득을 얻으며 무역 기업들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자세히 기술해달라고 요구했다. 조사범위도 모든 산업 분야를 포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USTR는 ITC 보고서가 나오면 한미 FTA 합의로 설치된 19개의 실무작업반 회의를 통해 자국 중소기업의 애로사항 등을 해결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 행정부의 통상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자국의 중소기업 피해 등을 이유로 쇠고기 등 농축산 부문이나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의 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미국 산업계나 일부 시민단체 등은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가 커지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미국 소비자단체 '퍼블릭시티즌'은 지난달 14일 "한미 FTA 발효 이후 8개월 만에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전년 대비 21% 증가했는데 이는 미국의 일자리 1만6,000개 감소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ㆍ자동차부품 수출이 18% 증가한 반면 미국의 자동차 수출은 1% 감소했다"며 "미국산 돼지고기 수출은 20%, 쇠고기 수출은 13%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의 한 당국자는 ITC의 보고서에 대해 "FTA 이행 과정에서 설치된 중소기업 분야 작업반의 논의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한국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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