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EC가 유럽연합(EU) 재정이나 유럽투자은행(EIB)을 종잣돈 삼아 투자펀드를 설립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 3,000억유로짜리 프로그램은 (이달 취임한) 장 클로드 융커 EC위원장의 첫 중대 계획"이라고 전했다.
FT는 관계 당국자들의 발언과 문건 내용을 빌어 EC가 해당 펀드를 향후 신설될 특수목적회사(SPV)의 후순위 채권(first-loss tranche)용으로 사용하리라고 소개했다. 이는 EC가 해당 펀드를 통해 투자 손실위험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민간투자자들의 투자이익 보장해 사회기반시설 등에 대한 민간자금의 유입을 유도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해당 펀드의 구체적인 윤곽은 오는 12월의 EU 정상회담 즈음에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EC 당국과 독일 등을 위시한 일부 역내 투자자들이 이번 계획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펀드의 규모와 재원 출처는 조정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C가 자체 예산이나 ECB의 자금으로 이번 펀드 재원을 마련하려는 것은 5,000억유로에 달하는 유럽안정화기금(ESM)을 활용해 비슷한 사업을 펼치려 했던 기존 시도가 독일의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라고 FT는 분석했다. ESM은 역내 국가의 신용위기 용도 등이 아니면 사용하기 어렵도록 회원국 간 협약이 체결된 재원이어서 EC가 이보다 상대적으로 제약이 덜한 자체 예산 등을 활용하려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관계 당국자의 발언을 빌어 ECB 집행위원인 이브 메르시 등의 발언을 빌어 ECB가 역내 물가를 올리기 위해 금·주식·상장지수펀드(ETFs)를 매입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ECB의 물가목표치는 2%인데 비해 올해 들어 10월까지 EU의 물가상승률은 0.4%에 불과해 "비정상적으로 낮다"는 게 메르시의 판단이다. 그는 ECB가 금 등을 매입하려 할 때는 자산담보부증권(ABS) 구매프로그램을 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ECB가 해당 자산들을 매입하는 데는 투자위험 등이 따른다는 게 부담거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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