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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 키르기스스탄 물들인 한류

박종철 순천대 한약자원학과 교수


탤런트 김수현이 지난주 중국의 한 TV 프로그램 녹화를 위해 당일치기로 전세기를 이용해 중국을 다녀와서 화제다. 매스컴은 그가 중국에서 받은 출연료 액수뿐 아니라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라면·치킨·맥주 등, 한류 상품의 인기가 중국을 연일 강타했다고 전한다. 사실 한류열풍은 비단 이번 일뿐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지난해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목격한 한류는 중국 못지않은 감흥이다.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중국 등과 국경을 이루는 키르기스스탄으로 가는 한국발 직항이 현재는 없어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나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로 통해서 들어가야 한다.

갈아타기를 통해 가자니 한국에서는 비행기로 7시간이나 걸리는 이 먼 나라는 우리와 공통점이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신체에 몽고점이 있다거나 의자보다 좌식생활을 더 즐기는 데서 우리와 문화적으로 아주 유사하다는 것이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한국교육원 이용훈 원장의 설명이다. 이 한국교육원에는 무려 42개나 되는 한국어 과정이 개설돼 있지만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정에 찬 현지인들은 지금도 입학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공대 옆에서 사진 촬영하는 필자에게 지나가는 한 여성이 "안녕하세요" 라며 인사하고 대통령 궁 인근에서 만난 한 무리의 아가씨들도 간단한 한국어로 다가온다. 중국 못지않은 뜨거운 한류 분위기를 그 나라에서도 느꼈다. 수도 비슈케크의 곳곳에는 삼성과 LG의 간판이 걸려 있고 현대차들이 거리를 질주하고 있다. 시장에는 한국 드라마의 DVD가 가득 쌓여있었다. 의복가게에는 우리 제품의 화장품과 옷이 가득하고 진열품 사이에 한국 배우, 가수 사진을 걸어놓고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그곳 사람들은 한국 상품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그것은 우리 드라마 속 삶에 대한 동경으로부터 피어나 이미 생활 전반으로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비슈케크에서 멀리 떨어진 제3의 도시, 카라콜의 한 시장에서는 '한국 샐러드'란 간판을 걸어놓고 고려인 모녀가 한국식 절임식품을 팔고 있었다. 이곳 출생으로 17년간 장사를 한다는 아주머니는 현지 주민들이 우리나라식 절임식품을 아주 반긴다고 자랑스러워한다. 시골 마을인 총커민의 민박집 주인아주머니는 일행을 위해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를 러시아어로 바꿔서 노래해준다. 중국을 넘어 이곳의 대장금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대도시는 물론 한적한 시골구석도 한국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우리 김치를 찾는 일도 힘들지 않다. 마침 비행기 옆좌석에 앉은 키르기스스탄인은 비슈케크의 오시시장에서 김치를 판다고 귀뜸하며 필자가 편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러시아어로 '김치 보여주세요'를 메모해 주머니에 넣어주기도 했다. 그는 "한국 고추장은 맵지만 맛있는데 키르기스스탄의 고추장은 그냥 맵다"며 우리 고추장 예찬론을 펼친다. 이 나라 사람들에게 우리 김치의 맛과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싶어 비슈케크 국립중앙도서관에 영어로 번역돼 있는 필자의 김치 책을 기증했다.

키르기스스탄에 대한 국내 자료는 아직 미비한 편이고 더구나 멀리 떨어져 있어 이 나라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를 그려가는 데 있어 저 멀리 작은 섬 하나가 때로는 수도 서울 못지않은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머나먼 서쪽에서 불고 있는 따뜻한 한류 바람에 중국 못지않게 친숙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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