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론자 "17세기 네덜란드 '튤립광풍' 상황 비슷"<br>반대론자 "수요·공급 불일치 따른 펀더멘털 문제"
국제 원자재 시장이 거품 논쟁에 빠져 있다. 거품론자들은 국제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을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광풍에 비유하며 최근 10년간 세 번째 버블로 기록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지금의 원자재 가격 상승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버블 주장은 섣부르다는 반론도 만
만치 않다.
지난 2003년 이후 원유는 250%, 옥수수는 130%, 철광석은 350%, 구리는 무려 460%나 폭등했다. 맥쿼리 연구소는 원자재 펀드에 투자된 자금이 올해 1,9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거품론자들은 최근의 원자재 투자 열풍에서 17세기 튤립 광풍의 그림자가 보인다고 주장한다. 튤립 광풍은 1636년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2개월간 최고점으로 올랐다가 2월에 고가에 튤립을 살 사람이 없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가격이 폭락한 사건을 말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 튤립 광풍을 예로들며 원유·금·구리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원자재가 매력적인 투자상품으로 부각되지만 원자재 투자 시장이 버블의 또 다른 진원지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그룹의 미국 지역 전략가인 토비어스 레브코비치는 버블 조짐을 보이는 대표적인 상품으로 금을 지목하며 “핫머니와 투기심리가 유기적으로 결합돼 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금 가격은 지난 2003년 이후 174%나 올랐다. 그러나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케빈 노리쉬는 “주요 원자재의 가격 폭등에도 불구하고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가격 상승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생산 단가 상승 등에서 촉발된 펀더멘털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버블 반대론자들은 원자재 가격 폭등이 동시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메이저 업체간 가격 담합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철광석의 경우 2003년 이후 350%나 급등하고 금과 원유 가격 역시 각각 174%, 250% 올랐지만 돈육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개발도상국가들의 수요 증가도 가격 폭등에 한 몫하고 있다. 리먼 브라더스의 에드 모스는 “현재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면서 원자재 상품으로의 투자 급증이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장기 선물 계약이 거의 없는 현 상황
에서 투자자들이 가격 상승을 과신하고 원자재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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