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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상하이의 상업용 부동산을 팔아 90억 홍콩달러를 챙겼던 중화권 최대 부자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이 중국의 부동산 거품을 경고했다. 리 회장은 최근 남방도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일생일대의 투자원칙이 최후의 동전 1개까지 벌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며 중국의 부동산 가격이 거의 천정에 도달했음을 내비쳤다.
중국 부자들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 과거 정경유착으로 돈을 번 부자들이 부정부패 꼬리를 달고 도망가다시피 떠났다면 이제는 거품 경제를 우려한 거부들이 중국에서 재산을 해외로 이전시키고 있다. 더 이상 중국의 자산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천즈우 예일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부동산이 다른 나라와 달리 계속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는 착각"이라며 "가격이 안 떨어지고 거래가 있을 때 팔거나 지분을 줄여야 한다는 점을 부자들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부동산에서 손 턴다
이달 초 중국 부동산 업체인 소호차이나는 상하이 홍커우구의 상업용부동산 2개와 도심인 징안구의 주상복합빌딩 1개를 통째로 매각했다. 그 동안 베이징과 상하이의 상업용부동산 개발에 주력했던 소호차이나의 부동산 매각 소식은 상업용 빌딩의 공급과잉을 예견한 선제적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중국내 부동산 개발 1위업체인 완커의 왕스 회장도 10월말 항저우에 있는 부동산 투자회사의 지분을 30억위안에 매각했다. 왕 회장은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1980년대 후반 일본의 상황과 같다며 거품론을 계속 제기해왔다. 이 때문에 그의 지분 매각은 거품이 붕괴될 시점이 다가온 것 아니냐는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가격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여전히 15~20%까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부동산 큰 손들의 움직임은 다르다. 화샤스바오 등 중국매체들에 따르면 한창 부자들의 투기붐이 극성을 부렸던 광둥성 선전시의 경우 8월부터 부동산 거래량이 감소하기 시작했고 전국적으로도 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10월부터 거래량은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개발로 돈을 번 중국 부자들이 부동산 거품을 경고하는 이유는 중소도시의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이 결국 전체 부동산 시장을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특히 3중전회 이후 20%의 양도소득세 대상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왕젠린 다롄완다 회장도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의 통제아래 있겠지만 일부 중소도시의 부동산 시장은 심각한 거품"이라고 말했다.
◇ 해외로 눈 돌린다
최근 미국 경제매체인 CNBC는 최근 중국 부자들의 자산이전을 '이 시대 최고의 부의 이동'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중국 부자들이 해외로 빼돌린 자산은 상상을 초월한다. 영국 컨설팅 업체인 웰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중국 부자들이 해외로 빼돌린 자산 규모는 약 6,580억달러(약 698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스위스 국내총생산(GDPㆍ6,461억달러)과 맞먹는다. 배인컨설팅은 1,600만달러(약170억원) 이상 자산을 소유한 중국 부자들 중 절반이상이 자산을 해외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돈만 해외로 빼돌리지 않고 중국 부자들의 해외이주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은행은 중국 백만장자들의 절반이 해외 이민을 고려하거나 이민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인이 미국 부동산 구입에 쏟아 부은 돈은 80억달러에 이르고 2011년 이후 미국내에서 외국인이 구매한 부동산의 절반이 중국인 소유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빠져나간 돈이 세계 예술품 경매시장으로도 몰리고 있다. 자금 추적 회피용으로 안성맞춤인데다 해외로 반출된 중국 예술품을 재구입해 소장한다는 애국주의 컬렉트도 붐을 일으키고 있다. 송나라시대의 '송석간의금', 원나라 시대 화가 왕몽의 '치천이거도' 등의 작품들이 해외 경매를 거쳐 중국인 부자에게 돌아갔다. 이미 예술품 경매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3%를 넘어서 영국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서 있다.
◇ 부자 붙잡기 나선 정부
중국 부자들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는 이유는 축적한 부가 정당하지 않다는 점을 자신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 등과 유착해 부동산 개발 등으로 축적한 재산이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는 부정부패 조사의 타깃이 되고 있는 점도 불안하다. 최근 CCTV가 부동산개발업체의 체납된 토지증치세(부가세)가 3조8,000억위안(약 662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하며 부동산 개발업체 때리기에 나선 점도 부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CCTV의 보도가 나간 직후 국가세무총국이 사태수습에 직접 나섰다. CCTV가 토지증치세를 오해하고 있다며 토지 매매시 선납하는 세금인 만큼 체납은 없다고 밝히며 오히려 부동산 업체들을 두둔했다. 두진쑹 크레딧스위스 부동산 애널리스트는 "개발 토지 구매 촉진을 위해 지방정부가 의도적으로 세금을 걷지 않고 있는데다 부자들의 재산 빼돌리기를 막기 위해 중앙정부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3중전회 직전 이슈가 됐던 상속세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국무원 참사실에서 상속세 도입의 운을 띄웠지만 강한 비판에 신문보도를 부인하는 헤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중국에서 상속세는 아직 시기상조라는게 지도부의 판단이다. 여전히 공공재산권이 사유재산보다 우선인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상속세의 법적기반이 약한데다 자칫 상속세 도입으로 부자들의 해외 탈출이 더 가속화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3중전회이후 중국 정부는 상속세 도입을 위한 준비를 차근히 해나가고 있다. 부동산 등기제를 도입해 재산관계를 명확하게 해 물리적으로 상속세를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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