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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TV 인터넷망 이용대가' 이렇게 생각한다


삼성전자의 스마트TV 앱 서비스와 연결된 인터넷망을 4일 넘게 차단했던 KT가 지난 14일 오후 접속제한을 풀었다. KT는 접속제한 근거로 삼성전자가 스마트TV 앱을 통해 수익을 취하는 서비스ㆍ플랫폼 사업자며 인터넷망에 과부하(데이터 트래픽 최대 20~25Mbpsㆍ초당 메가비트)를 초래하므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반면 삼성전자는 "우리는 서비스ㆍ플랫폼 사업자가 아니며 스마트TV가 유발하는 데이터 트래픽은 IPTV와 비슷한 1.5~8Mbps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KT 망으로 삼성 스마트TV를 이용하는 30만 가구는 며칠간 전용 앱을 이용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했다.

양사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로 자율협의체에 스마트TV 세부 분과를 운영하고 스마트TV 산업과 정보통신망 투자 협력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방통위도 '망 중립성 정책자문위원회'에서 트래픽 증가 및 망 투자비용 분담 등에 대해 논의하고 스마트TV 등 신규 서비스 전담반을 두기로 했다. 하지만 쉽게 합의에 도달할 것 같지는 않다. 스마트TV로 쇼핑ㆍ온라인 뱅킹을 하거나 주문형비디오(VOD)ㆍ게임 등을 즐기는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앱 개발자ㆍ콘텐츠 업체 등과의 생태계 구축에 열을 올리는 삼성전자와 통신ㆍ방송(IPTVㆍ위성) 사업을 하는 KT 간의 이해관계가 상당 부분 상충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전문가 2명의 의견을 싣는다.

●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적절한 접속제한·사용료 부과 불가피

이용자 우선의 세부 기준 마련 시급

스마트TV로 인한 인터넷 트래픽 유발 논쟁이 KT와 삼성전자의 합의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스마트 미디어의 트래픽 유발과 이에 따른 책임 문제는 지속적인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 스마트TV와 같은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미디어와 서비스가 계속 등장하고 있어 망 사업자와 이를 활용하는 사업자 간의 갈등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스마트 미디어의 인터넷 트래픽 유발과 이에 따른 사업자 간의 갈등은 이미 예견된 사안이었다. 스마트폰 등장 초기부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음성ㆍ동영상 서비스가 데이터 전송 트래픽을 일으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은 인터넷 망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망 중립성 원칙을 제정,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망 중립성 원칙은 누구나 차별 없이 인터넷망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이 기본 취지다. 그런데 차별 없는 인터넷망 접근권을 보장하려면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가 전제돼야 하므로 망 중립성 원칙은 이중성을 갖고 있다. 망을 개방해 누구나 망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다양한 사업자가 참여해 이용자의 정보 복지가 증가하지만, 망은 대역폭에 한계가 있어 과도하게 트래픽을 유발하는 사업자가 있으면 다른 사업자나 일반 이용자를 위해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인터넷망의 특성상 망 접근의 자유로운 허용과 합리적 관리를 위한 접속 제한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할 경우 우선순위 판단이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에서도 망 중립성 원칙에 이 문제에 대한 뚜렷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사안에 따라 처리한다는 원칙만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중심이 돼 마련한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제정 과정에서 과도한 트래픽을 야기하는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나 스마트TV 서비스의 차단 가능성과 이들 사업자에 대한 적절한 이용대가 산정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접속 개방ㆍ차단이라는 가치의 대립과 이에 따른 사업자 간의 이해관계가 상반돼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 결과, KT와 삼성전자 간의 스마트TV 트래픽 유발 논쟁이 발생해도 신속한 조치가 어려웠다.

그러므로 인터넷 트래픽을 유발에 따른 합리적인 접속 제한과 망 이용대가에 대한 세부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세부 기준 마련에서 기준점은 사업자의 이해관계보다는 이용자의 원활한 인터넷 서비스 이용환경 구축과 접속 보장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특정한 서비스 제공자가 일정한 기준 이상의 트래픽을 야기할 경우 접속을 차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동시에 합리적인 수준의 이용대가를 지불할 수 있도록 요금 산정기준도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일정액만 내면 무제한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고려해 특정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의 인터넷 접속에 피해를 줄 만큼 트래픽을 유발할 경우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용자 모두가 안정적이고 편리하게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려면 적절한 접속제한 조치와 이용대가 부과는 불가피하다. 그래야만 합리적인 망 관리와 망에 대한 투자를 유발해 이용자들이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미디어 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환경 유지가 가능해질 것이다.



●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정보통신산업 성장동력 찾기 한계

네트워크 고도화 위한 투자 유인을

역시 대한민국의 인터넷은 세계 최강이다. '속도'에 초점을 뒀을 때 그렇다는 말이다. 얼마 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는 평균 2,202Kbps로 세계 최고이며 지역별로 세분해봤을 때도 서울 서초구, 수원, 안산 지역이 세계 최상위라는 것이다. 조사 대상 나라만 해도 200개가 넘으니 결코 가벼운 성과는 아니다.

그런데 강력한 속도만으로 자만하고 있기에는 우리나라의 미래 인터넷 환경에 여러 가지 위협적인 요소들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불거진 통신 사업자와 스마트TV 사업자 간의 갈등도 그 중 하나다. 두 거인의 충돌은 우리나라 경제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성장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마트TV 산업 생태계는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성장해온 우리나라의 정보통신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데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어떤 정보통신 기술이 등장하고, 어떻게 시장을 형성할 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소비자 욕구가 다양해지고 고도화되면서 정보통신산업 생태계 구성원들 사이에 개방적 협력과 혁신 활동이 더욱 중요해지는 등 다양한 과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술 융합이 진화를 거듭하며 산업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고 갈등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강국으로 떠오르던 지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를 살펴보면 정보통신산업을 둘러싼 환경, 즉 정보통신산업 생태계에서 산업 간의 공생과 협력이 이뤄졌다. 강력하게 구축된 네트워크 서비스를 기반으로 해서 기기 산업의 경쟁력도 강화됐다.

그러나 2006년 이후 이러한 동반성장의 틀이 깨지고 있다. 한때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던 통신 네트워크 산업은 2006년 이후 투자증가율이 많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동안 스마트TV 산업 생태계의 다양한 참여자 가운데 통신사업자는 수익ㆍ영업이익ㆍ주가 등 여러 면에서 낮은 성과를 거뒀다. 정보통신 강국, 세계 최고 속도의 인터넷 환경 같은 화려한 수식어에 안주하기에는 상황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

최근에 떠오르고 있는 스마트TV는 산업 융합 진화 체계에서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다. 스마트TV가 스마트폰ㆍ스마트카ㆍ스마트홈 등을 연동하는 스마트 스크린의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신성장동력으로 주목 받는 스마트TV 서비스와 같은 혁신적 서비스를 육성하려면 서비스가 이용자까지 원활하게 전달될 수 있는 강력한 네트워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네트워크의 고도화를 위한 투자를 유인할 수 없다면, 스마트 스크린은 물론 스마트 워킹(smart working) 및 U-헬스와 같은 미래 네트워크 기반 부가가치 산업의 성장 기반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네트워크 서비스와 기기 산업의 동반 성장이라는 새로운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면 국내 정보통신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뿐만 아니라 건강한 스마트TV 산업 생태계가 이뤄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스마트TV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구글TV나 애플TV와 같은 글로벌 스마트TV 사업자의 등장을 주시해야 한다. 이러한 거대 글로벌 사업자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키우려면 경쟁력 있는 통신 네트워크 사업자와 기기 사업자 간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노력을 통해 우리나라 정보통신 산업의 가치와 경쟁력은 한 차원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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