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가의 분쟁은 볼수록 안타깝다. 재계의 귀감이라 할 만큼 형제 간의 우애가 돈독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형제 간 다툼은 금호가 특유의 '65세룰'이 불씨가 됐다. 금호그룹은 고 박성용 명예회장부터 65세에 동생에게 그룹 회장 자리를 물려주는 승계원칙을 지켜왔고 이 원칙에 따라 2010년 박찬구 회장이 총수 자리를 물려받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2009년 그룹이 총체적 위기에 빠지면서 경영권 다툼이 불거진 후 형과 동생이 고소고발을 주고받으며 싸움을 키워왔다.
대기업 오너가의 형제 간 분쟁은 볼썽사납다. "돈 앞에는 부모형제도 없다"며 손가락질을 해대니 가문의 수치가 아닐 수 없거니와 재계 전체의 불명예이기도 하다. 그동안 2001년 현대그룹 '왕자의 난'에서부터 2002년 한진그룹의 유산다툼, 2005년 두산그룹의 형제 간 분쟁, 올해 삼성가의 상속재산 법정다툼이 터졌을 때 재계는 국민으로부터 싸잡아 비난을 받곤 했다.
대기업 오너 형제끼리의 재산다툼은 국민정서에 반하는 것은 물론 경제에도 안 좋다. 국민의 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100점 만점에 51.1점(대한상의 조사)으로 저조한 가장 큰 이유도 기업이 우리 사회의 윤리정서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지 않는가. 그런데도 최근 롯데와 효성 등에서 형제 간 지분확대 경쟁이 가열되는 등 재계에서는 분쟁의 씨앗이 계속 자라나고 있다. 피를 나눈 형제 간 다툼에서 승자는 있을 수 없다. 금호가는 더 늦기 전에 화해의 길을 찾아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