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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름모꼴로 세워진 거무스레한 캔버스 위에 여러 선이 만나고 겹친다. 무질서해 보이지만 가만히 보면 3개의 선이 만나는 모서리가 4개씩 표현돼 있다. 이런 캔버스가 다시 9개, 더 큰 마름모 형태를 만들어낸다. 평면으로 표현됐지만 겹쳐져 이뤄지는 공간이 주제다. 지난 10여년 작가 공시네의 주제였던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심리적 거울로서의 오브제가 사라졌다. "과거에는 질문이나 묘사·대상이 있었는데 이제 무의미해진 거죠. 이제 대상과 대상이 만날 때 벌어지는 현상에 더 관심이 생기는 중입니다. 지난 1년여 작업했던 박경리토지문화관은 유리로 둘러싸인 공간이죠. 그 육면으로 싸인 투명한 공간이 작업에 반영됐고 이번 전시는 '자궁' 같은 토지가 씨앗을 품었을 때 어떻게 되는가를 탐색하는 과정과 같습니다. 생명과 자연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생각하지 못한 신작으로 이어졌죠." 과거 의자·사다리·낙타 같은 사물을 지점토로 만들어 연극무대 같은 공간에 올리고 이를 다시 평면 회화로 옮기는 독특한 작업방식도 바뀌었다. 검은 젯소(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기 전 바탕으로 칠하는 재료)를 손가락에 묻혀 두드리듯 캔버스에 칠하거나 솔방울·솔잎 같은 자연 재료로 물감을 긁어낸다. 작품은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8월30일까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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