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경제신문이 분석한 '2012∼2015년 각 대학 운동부 예산 현황'에 따르면 올해 전국 71개 대학 중 85%에 해당하는 60개 대학이 운동부 예산을 감축하거나 동결했다. 운동부 예산이 전년 대비 증가한 곳은 15%(11곳)에 불과했다. 대학들은 올해 운동부의 예산을 평균적으로 16%가량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소재 A대학의 경우 올해 운동부 예산은 지난해(1억8,500만원)의 30%에도 못 미치는 5,200만원만 책정됐다. 경기 소재의 B대학도 전년도의 절반 수준인 1억3,700만원을 깎았다. 이들 학교 측이 내세운 논리는 학교 전체 예산 감소였다. 특히 이들 대학 중 일부는 대학구조 개혁평가 결과 재정지원제한대학(D∼E등급)으로 선정돼 예산 감축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규모가 큰 서울 소재 대학도 마찬가지다. 매년 11억원대 예산을 지원하던 서울의 C대학은 올해 들어 예산을 1억원 넘게 줄였고 또 다른 서울 소재 대학은 운동부를 축소하면서 예산을 10% 줄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대학 내 운동부 폐지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거나 대학 홍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곳은 구조조정이 더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올해 성균관대에서는 선수 16명이 있는 핸드볼부를 폐지했다. 한양대는 운동부 규모를 축소했다. 한 서울 사립대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에서 이공계열 위주의 구조조정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학내 운동부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프로연맹이 없거나 성적이 좋지 않은 운동 종목은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 구조개혁평가에서 운동부만의 특성을 무시하고 교육부에서 취업률 등 동일한 지표를 적용하다 보니 대학에서는 크게 불리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고교 운동선수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미정 용인대 교수(유도 금메달리스트)는 "다들 위태롭게 남아 있는 상황에서 대학 운동부 정원도 줄면서 더 이상 중고교 선수가 진학하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사립대 교수는 "대학 운동부가 줄면 중고교 운동선수가 줄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연쇄반응"이라며 "현재 올림픽 성적이 좋은 종목도 대학에서는 운동부를 없앤 지 오래돼 머지않아 엘리트 체육에 위험신호가 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프로 종목에서도 용병선수들을 데려와 절반까지 채워야 하는 시기가 올 수도 있다는 게 현재 체육계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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