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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디즈니를 키워라] 1부. 도약의 전제조건 <6> 글로벌 챔피언 되려면

SXSW서 가능성 확인… K팝 지렛대로 제2·3 고부가 콘텐츠 창출을

캐릭터·출판·만화로 한류바람 확장 전략적 접근 필요

정부는 기획·제작·마케팅 등 통합지원체계 마련해야

지난 7~16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세계 최대 창조산업 페스티벌 '2014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는 우리 스타트업 10곳이 '강남에서 온 괴짜들(Geeks from Gangnam)'이란 이름의 한국공동관을 구성해 참여했다. 종이접기 게임 앱을 내놓은 다섯시삼십분 부스에 수많은 외국인들이 모여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정민정기자


지난 11일 오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창조산업 페스티벌 '2014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3월7~16일)' 행사장 인근. 최준묵(26) 아무툰 공동대표는 '디즈니 액셀러레이터'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테크스타스의 코디 심스 디렉터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디즈니 액셀러레이터는 전세계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보유한 스타트업(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 10곳을 선정해 업체당 10만2,000달러(약 1억3,000만원)와 함께 LA 디즈니 본사의 사무실 및 멘토링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오는 5월 중 선정업체가 발표되면 6월부터 13주간 디즈니 본사에서 멘토링과 투자연계 등의 지원을 받는데 한국 기업 가운데는 아무툰이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해 이날 개별면접에 참가했다. 최 대표는 "디즈니의 다양한 작품, 예컨대 애니메이션 흥행작인 '겨울왕국'의 뒷이야기를 담은 웹툰 등을 제작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며 "영화제작 자체에는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저비용 장르인 웹툰을 통해 영화의 시장성을 점검할 수 있고 홍보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심스 디렉터는 아무툰의 웹툰 콘텐츠와 영화 시나리오를 접목한 아이디어가 미국은 물론 전세계 어디에도 없던 아이템이라며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SXSW에서 확인한 글로벌 챔피언 탄생 가능성=음악·영화·첨단기술 분야의 최신 이슈를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세계 최대 창조산업 페스티벌인 SXSW에는 아무툰을 포함해 국내 스타트업 10곳이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지원을 받아 참가했다. 매년 3월 초 오스틴에서 개최되는 SXSW는 영화·인터랙티브·음악 등이 함께하는 복합 페스티벌로 유명하며 경제적 파급효과만도 2억1,800만 달러(약 2,300억원, 2013년 기준)에 달한다. 한국 공동관의 이름은 '강남에서 온 괴짜들(Geeks from Gangnam)'. 대부분 국가의 이름을 내걸고 공동관을 꾸린 것과 비교하면 역동적이면서도 트렌디한 한국 콘텐츠 산업의 특징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팬들이 원하는 밴드를 초청해 콘서트를 열 수 있는 '마이뮤직테이스트(MyMusicTaste)' 플랫폼을 선보인 JJS미디어는 현지에서 유니버설뮤직 등 세계적인 음반업체들의 주목을 받았다. 종이접기 게임 앱을 내놓은 다섯시삼십분 부스에는 로비오의 피터 베스터바카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방문해 후속 미팅을 제안했으며 워너브러더스가 슈퍼맨과 배트맨의 종이접기 캐릭터를 요청했다.

◇잘 나가는 K팝을 지렛대로 활용해야=우리는 세계 시장에서 K팝과 게임을 제외하고는 캐릭터·음악·출판·만화 등에서의 존재감이 미미하다.



게임 수출실적은 지난해 29억7,800만달러(추정치)로 전체의 58.4%를 차지하는 반면 캐릭터(8.8%), 음악(5.4%), 출판(5.4%), 만화(0.4%) 등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올해 역시 게임 산업 수출액이 34억4,289만달러(전년 대비 약 15.6% 증가)로 30억달러를 돌파해 콘텐츠 전체 수출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불균형 성장을 타개하기 위해 한류의 대표 콘텐츠인 K팝이나 게임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전략적 접근을 통해 궁극적으로 '나비 효과'를 노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양석원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사업운영팀장은 "로비오사의 '앵그리버드'가 처음에는 모바일게임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영화·캐릭터·패션 산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 것처럼 문화상품은 한 분야가 안착하면 다른 분야를 견인하는 효과가 있다"며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팝이나 게임 등 대표적인 한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제2·제3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들의 전략적 시장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콘텐츠 시장, 글로벌 수준으로 레벨업=현재 콘텐츠 기업에 대한 수출지원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콘텐츠종합지원센터나 글로벌콘텐츠센터,중소기업청, KOTRA 등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고정민 한국창조산업연구소장은 "정부 수출정책이 제조업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문화 콘텐츠 등 서비스 분야는 수출전략에 대한 마스터플랜조차 없이 규제에 묶여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콘텐츠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 모색과 시장 분석 등 초기 수출과정은 제조업과 유사하지만 기획 및 제작·마케팅, 배급과 유통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특성을 가진 만큼 산업 특성에 맞는 통합적 지원체계가 절실하다"고 충고했다.

이와 함께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만 연연할 게 아니라 해외 기업의 한국 진출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없애 국제적인 비즈니스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조언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털을 운영하는 윤필구 빅베이신캐피털 대표는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이 해외 진출만 도모할 게 아니라 해외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 콘텐츠 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아야 한다"며 "(실리콘밸리처럼) 콘텐츠 교류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면 우리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글로벌마인드와 비즈니스 전략을 익힐 수 있어 해외 시장에 진출한 후에도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게 마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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