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거래로 금간 30년 신뢰’ 중견 건설업체인 신일건업과 국내 굴지의 제약업체인 유한양행이 30년 가까이 쌓아온 신뢰가 한건의 공장부지 거래로 무너졌다. 문제의 토지는 경기도 군포시 옛 유한양행 군포공장 부지. 양측에 따르면 신일건업은 유한양행측이 실시한 이 부지의 매각입찰에 참여, 850억원에 매입키로 하고 지난 2004년 3월12일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신일건업은 30년 가까이 유한양행 공장의 절반 이상을 시공했을 만큼 양사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입찰 참여 역시 유한양행측의 권유에 따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 땅은 계약체결후 불과 보름여만인 3월29일 군포시가 개발행위허가제한지역으로 묶으면서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한 땅으로 전락하게 됐다. 개발행위허가제한지역으로 묶이게 되면 해당부지는 물론 함께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주변부지까지 포함한 개발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신일건업측은 “유한양행이 해당 부지가 개발행위허가제한지역으로 묶일 것을 알고서도 계약체결때까지 이 같은 사실을 숨겨왔다”며 “심지어 입찰 설명회에서는 해당 부지가 준공업지역으로 바뀌면 백화점ㆍ쇼핑센터 등 상업시설 건립도 가능하다고 밝혔었다“고 주장했다. 유한양행의 부지매각 1개월여전인 2월초부터 군포시가 개발행위허가지역 지정을 위한 공람을 실시한데다 법적 검토 작업은 그보다 훨씬 이전인 2003년말부터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돼 유한양행측이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이를 감춘채 서둘러 부지매각에 나선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이에대해 유한양행측은 “당시 계약에는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며 “입찰하기 전에 충분한 사실확인을 하도록 고지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신일측의 과실”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신일건업 직원들은 지난 20일부터 항의집회를 열고 “양사간 토지매매계약은 무효“라며 지금까지 지급된 매매대금 430억원을 반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부지매각 관련 갈등은 법적 문제를 떠나 문제의 소지가 있는 땅을 판 유한양행이나 수백억원짜리 땅을 사면서 가장 기본적인 사항조차 간과한 신일건업 양측에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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