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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삼성답다' 는 것

이진우 기자 <산업부>

서울 태평로의 삼성그룹 본관은 요즘 잇따른 항의집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른바 X파일 사건이 터진 후 각종 시민단체의 촛불집회와 기자회견, 1인 시위 등 갖가지 방식의 집회가 거의 매일같이 이어지고 있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X파일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던 며칠 전의 일이었다. 집회를 물끄러미 지켜본 후 삼성본관으로 들어서는 한 출입자를 보안요원이 대뜸 막고 나섰다. 보안요원은 삼성직원으로 보이는 출입자에게 “그 유인물은 건물 안으로 갖고 들어가면 안된다”며 집회장에서 나눠준 유인물을 강제로 회수하려고 했다. 그 요원은 의아해 하는 사람에게 “별로 좋은 내용도 아닌데. 상부의 지시가 있어서…”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요컨대 삼성을 비난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굳이 사무실로 가져가서 좋을 게 뭐가 있겠느냐는 말투였다. 이처럼 삼성 본관 앞에서의 연이은 집회로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종종 벌어지고는 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문화행사로 집회신고를 한 뒤 사실상의 시위를 벌이고 있어 이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난감해 하는 표정이었다. 대신 내부단속이나 치중 할 수밖에 없겠다는 의도인 듯하다. 흔히들 ‘삼성’하면 일등주의, 일사불란하고 치밀한 조직관리, 서비스 지상주의 등의 말들을 떠올린다. ‘삼성이 하면 다릅니다’는 식의 광고 카피 역시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깊숙히 각인돼 있다. 하지만 아무리 ‘안티 삼성’의 내용을 담은 유인물일지라도 이처럼 입구부터 원천봉쇄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닌 듯하다. 물론 ‘한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정교한 경영관리가 오늘날의 삼성을 만든 원천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소수의 목소리라도 외부에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마저 스스로 통제 내지는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건희 회장의 말처럼 지금은 외부의 비판을 겸허하게 귀담아들으면서 묵묵히 기업 본연의 길을 걷는 것이 정도다. 이른바 ‘안티 삼성’ 세력입장에서는 삼성이 치밀하고 정교하게 대응하면 할수록 오만하다며 반대의 강도를 높일 것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더라도 좀더 허술해 보이는 게 차라리 나을 수 있지 않을까.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이 정말로 어려움에 처한다면 발벗고 나서 도와줄 사람은 너무나 많다. 적어도 이런 작은 면에서는 때로는 ‘삼성답지 않다’는 소리를 듣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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