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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 강펀치에 신흥국 기업 휘청

달러표시 채권 발행 러·브라질 등 채무부담 커져 디폴트 속출 우려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달러표시 채권을 발행한 러시아·브라질·말레이시아 등 신흥국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시장조사 업체 딜로직의 분석을 인용해 올해 신흥국 기업들의 달러표시 채권 발행규모는 2,761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금리가 낮은데다 풍부한 자금공급이 이들 기업의 달러표시 채권 발행을 부추겼다. 하지만 미 경제회복과 맞물려 달러가 주요 통화에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이들 기업의 채무상환 부담도 동시에 늘고 있다. 주요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23일 9년 만에 90을 돌파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로) 많은 기업이 피해를 볼 것이며 몇몇 기업들은 디폴트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페트로나스의 경우 2014년 3·4분기 실적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달러 강세를 꼽았다. 현재 페트로나스의 부채 가운데 70%는 달러표시 채무로 최근 6개월간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가 9% 하락하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브라질의 설탕생산 업체 비르골리투 지 올리베이라 SA 역시 설탕 가격 하락과 달러표시 채권 발행에 따른 채무부담이 커져 최근 신용평가사 피치로부터 몇 달 내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서방의 제재와 유가하락 등으로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러시아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국제금융협회(IIF) 유럽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루보미르 미토브는 "내년 러시아 기업들의 디폴트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1980~1990년대 남미·아시아에서 나타났던 '강달러→부동산·원자재 등 자산 가격 하락→경제성장 둔화' 사이클이 재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1980년대 남미 금융위기와 1997~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 외환위기는 모두 강달러로 촉발됐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올릴 경우 신흥국 기업들에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내년 중반 연준이 금리인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현재 강달러 추세와 금리인상이 맞물려 '슈퍼달러' 시대가 도래한다면 신흥국 화폐가치는 더욱 하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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