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골프매거진] 나인브릿지에서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세계 100대 코스들의 클럽대항전인 월드클럽챔피언십(WCC)은 대회 조직위인 경기운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위원회 관계자 중에는 미국골프협회(USGA)의 대회 코스 담당자이자 골프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티머시 P. 모라한도 포함되어 있다. 영국왕립골프협회와 함께 세계 골프계를 아우르는 단체인 USGA의 메이저 대회 코스는 어떻게 해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고, US오픈의 개최코스를 15년간 관리해온 담당자는 좋은 코스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을까. 지난 WCC 기간 중 나인브릿지를 방문한 티머시 모라한(52, 미국)을 만나 이에 대한 답을 구했다. USGA의 대회장을 관리해온 것으로 아는데, 자신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 코네티컷주 출신으로 1987년부터 21년 동안 USGA가 주관하는 13개 대회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왔다. 100개 정도의 대회를 치렀으며, 주로 한 업무는 US오픈과 관련된 것이었다. 대회 코스가 결정되면 대회가 열리기 3~5년 전부터 미리 정해진 코스에서 골프장 측과 대회 준비작업에 착수하며, 대회가 시작되는 순간 일이 완료된다. 그밖에 코스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며 파인허스트 등의 코스를 관리해왔다. US오픈을 개최하려면 몇 년에 걸쳐 준비가 이루어진다는 말인데, 세부적인 과정을 설명한다면. - 우선, 메이저 유치를 희망하는 골프장 측에서 "US오픈을 개최하고 싶으니 방문해서 점검해달라" 는 초청장을 보내와야 한다. 이후 코스를 담당하는 파트에서 방문해 코스를 비롯해 클럽하우스와 호텔, 자원봉사자(5천명 정도가 필요하다) 등 대회와 관련한 전체적인 사항을 점검한다(나는 코스 쪽을 담당한다). 골프장은 개최 희망연도의 7~8년 전에 의사를 타진해야 하고, 이후 협회는 대회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답사 후 전체적인 정보를 챔피언십 커미티에 제출한다. 그렇게 되면 대회 코스로 최종 결정되는 것인가. - 챔피언십 위원회에서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리면, 그 다음 USGA의 가장 권위 있는 조직인 이그제큐티브위원회에서 투표를 통해 개최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그리고 골프장 측에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통보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면 대회 코스로 인정된다. 만약 비용 문제 등으로 골프장 측이 거부 의사를 밝히면 다른 코스를 알아보게 된다. 해당 코스에는 USGA의 다른 시합을 개최하길 권장하며, 다음 차례에 다시 보완해서 신청할 수 있다. 8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메이저 대회에 적합한 코스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US오픈은 매년 대회가 열리기 2주 전에 5년 후 US오픈 코스를 발표하며 지금도 2015년까지 대회 장소가 결정되어 있다. US오픈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데 가장 중요하게 준비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 우선 갤러리가 다니는 지역, 즉 아웃 오브 로프(Out Of Rope) 지역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를 논의한다. 18홀 부근의 갤러리 텐트와 여기에 들어갈 전기와 수도 설비 등을 계획하고, 방문객을 위한 주차시설 등도 마련한다. 갤러리 인원은 대개 3만5,000~7만 명 정도로 호텔을 비롯한 갤러리 편의시설 등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2002년 US오픈은 9·11 테러 이후 6개월 만에 열렸기 때문에 육·해·공군을 동원하는 것은 물론, FBI에 연락에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가장 중요할 것 같은 코스가 두 번째로 밀려난 것처럼 보인다. 코스 세팅은 그 다음인가. - 그렇다고 해서 코스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우선 해당 골프장의 대회개최를 위해 골프장 측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다. 그리고 USGA에서 요구하는 방향으로 코스를 리노베이션하기 위해 골프장은 설계자를 컨택하는 등 코스를 변경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각 파트의 운영자를 선임한 후, 코스가 변경된 후의 그린 스피드, 페어웨이 잔디 길이, 러프 길이 등 전체적인 사항을 세부적으로 정해놓고 대회가 개최될 때까지 이에 부합하도록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코스 세팅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인가. - US오픈은 예선만 통과하면 남녀노소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실력을 겨루는 진정한 경쟁의 장이 되도록 공정성에 가장 큰 비중을 두며, 재미있게 하려고 한다. 언더파가 나올 것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코스 담당자들은 스코어에는 관심이 없다. 언더파가 나와도 코스 세팅을 잘못했다고 평가하지 않으며 오히려 잘한 선수의 실력을 인정해준다. 스코어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US오픈 등 메이저 코스는 까다롭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 메이저 대회의 중압감이다. 아마추어 대회인 WCC에서도 출전 선수들은 긴장을 떨치지 못하는데, PGA 투어 최고의 무대라고 할 US오픈은 어떻겠는가. 거기다 나흘 내내 이어지는 언론의 집중조명과 기자들의 질문 공세, 엄청난 갤러리에 선수들은 혼이 나갈 정도다. 두 번째는 메이저를 앞두고 코스가 변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US오픈이 열린 베스페이지도 파70, 7,500야드 정도였는데 홀 길이를 늘이고, 러프를 기르고, 페어웨이를 좁히며, 그린스피드를 빠르게 변화를 더했다. 스코어가 불어날 수밖에 없다. 메이저 대회는 특정 코스에 국한되어 열린다. 일반적인 투어 대회 코스와 차이점이 있다면. - 브리티시오픈과 마스터스 역시 그러하겠지만, US오픈의 경우 최대한 공정한 코스 세팅으로 진정한 승부의 장이 되도록 한다. 특정 코스에 익숙한 선수들이 좋은 스코어를 얻기 쉬우며, 실제로 마크 오메라는 페블비치에서 다섯 차례나 우승한 경력이 있다. US오픈을 수년 전부터 미리 준비하고 코스에 변화를 더하는 것은 익숙해진 선수가 아니라 진정한 최고의 선수가 우승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USGA의 코스전문가로 그리고 코스 컨설턴트로 얼마나 많은 코스를 경험했나. - 미국에서만 1천여 곳의 코스를 경험했고, 영국과 스코틀랜드, 호주, 중국 등지를 다녔다. 동양에서는 중국에서 가장 큰 프라이빗 코스인 선전의 한 골프장도 다녀왔다. 나인브릿지 역시 이번이 처음인데 친근감을 느꼈고, 또 다시 방문하고 싶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일주일을 더 머물고 싶고, 나인브릿지뿐 아니라 한국의 여러 코스를 돌아보고 싶다. 코스 전문가로서 바라보는 나인브릿지는 어떤가. - 나는 코스를 플레이어의 관점으로 본다. 전체적으로 보면 그린이 아주 잘 되어 있고, 좀 어려운 코스다. 공인핸디캡 2인 나도 이곳에서는 78타를 기록했다. 골퍼들이 나인브릿지에서 연습한다면 다른 코스에서는 좋은 스코어가 날 듯하다. 특히 업다운이 잘 형성되어 있는데, 15번이 올라갔다 16번홀이 내려가는 식으로 오름을 잘 활용했다. 티샷을 왼쪽 오른쪽으로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고, 전체 클럽을 다양하게 활용하며 플레이하기 좋은 코스다. 코스 전문가로 가장 중요한 코스 평가 기준은. - 퍼팅그린이다. 게임의 50%는 그린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린을 중심으로 코스를 평가한다. 그린 디자인이 잘 되었는지, 그린의 잔디상태가 좋은지, 그리고 그린이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는지를 중시한다. 나인브릿지는 그린 컨디션이 좋고, 충분히 넓어서 다양한 공략을 시도할 수 있다. 코스 전체를 보고 평가한다면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코스 선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챌린지 코스인가, 백에 있는 클럽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가, 역사가 있는 코스인가, 그리고 전체적인 환경이 좋은 코스인가를 본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다시 와서 플레이를 하고 싶어야 한다. 코스 선정에는 평가하는 패널들의 자질이 중요하다. 코스와 관련해 큰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하고, 코스에 대한 실질적인 평가를 위해 기량이 뛰어난 이들이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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