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영화다. 착한 놈은 전혀 없고 혼자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악인만 우글댄다. 총을 쏘거나 칼을 휘두르는 장면은 예사고 손가락을 자르거나 입을 찢는 장면까지 불필요할 정도로 적나라하고 생생하다. 이토록 독하지만 더 이상한 것은 관객들이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깔깔대고 웃는다는 것이다. 잔인한 장면 속에 숨은 기묘한 카타르시스가 바로 영화 ‘아웃레이지’에 깔려있는 힘이다. 영화 ‘하나비(1998)’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일본 영화계의 거장이자 80년대를 풍미했던 코미디언인 기타노 다케시 감독은 “폭력 영화를 하고 싶다”며 ‘아웃레이지’를 만들었다. 그의 말대로 ‘아웃레이지’에는 순도 100%의 폭력이 담겨있다. 이 폭력 속에는 의리도, 영웅도, 연민도 없다.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야쿠자의 배신과 야합의 반복으로 가득차 관객에게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중간 보스들은 남의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죽이고 이 과정에서 부하들은 희생양으로 떨어져 나간다. 살기 위해서는 부하도 버리고 보스도 없애고 의형제도 배신하는 야쿠자의 비정한 모습을 감독은 무덤덤하게 그린다. 특히 영화에서 주연까지 맡은 기타노 감독은 무미건조한 표정과 몰아치는 대사로 관객석에 비정함과 폭소를 동시에 전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던 영화는 “너무 상업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전작들에 비해 무게감 없이 가볍고 폭력적이기만 하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 점이 기타노 감독이 선사하는 고밀도 ‘폭력 엔터테인먼트’를 즐겨보고 싶은 관객에겐 환영받을 수 있겠다. 기타노 감독도 스스로 만족했는지 2편을 준비 중이다. 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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