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동십자각] 반성없는 방통위 와이브로정책


"와이브로(휴대 인터넷)에 대해 할말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요즘같이 민감한 시기에…."

대표적 정보기술(IT)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한 부장급 연구원은 기자의 질문을 한사코 회피했다. 최근 갈등을 빚고 있는 통신사와 방송통신위원회 사이에 끼고 싶지 않다는 듯 와이브로의 기술적 가치를 묻자 완강하게 거부했다. 혹시 말실수로 동티나지 않을까 입을 굳게 닫는 태도에서 와이브로를 탄생시킨 정부출연연구원의 간부로서 더욱이 기술개발에 참여한 공학자로서의 자부심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와이브로가 개발자로부터도 천대받는 천덕꾸리기로 전락했다. 우리나라 토종기술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원인에 갖가지 논리가 따라붙겠지만 그중에서도 IT정책 부재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 2006년 와이브로를 상용화한 직후 전용 단말기나 새로운 서비스개발로 한참 붐을 일으켜야 할 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옛 정보통신부는 이명박 정부 출범으로 해체되고 방송통신위원회로 조직이 바뀌었다. IT연구와 통신 육성책들은 추진체를 잃고 다른 산업정책에 밀려나면서 방통위 홀로 와이브로를 일으킬 힘도, 의지도 없었던 게 근본원인이다.

이제 와서 수년간 막대한 투자비용을 쏟아 붓고도 가입자수가 100만명에도 못미치는 상황에 지쳤을 법한 통신사만 나무랄 수는 없다.



다만 LTE와 경쟁에서는 밀리지만 여전히 해외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고 원천기술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토종통신기술을 우리 안방에서 퇴출시키는 것이 국가적 IT경쟁력 확보차원에서 옳은지는 심사숙고할 일이다. 오히려 와이브로 사업을 펼칠 제4 이통사가 다음 정권에서라도 나올 수 있도록 대기업 참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 정책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이는 IT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미래에 또 다른 통신기술 개발의 씨앗을 키우는 일이다.

최근 이계철 방통위원장이 한 통신사를 가리켜 와이브로 하기 싫으면 주파수를 반납하라며 일갈한 것이 화제가 됐다. 한편에서는 평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이 위원장이 소신발언한 것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을 나타냈지만 이왕이면 마냥 통신사만 나무랄 것이 아니라 방통위의 자기반성과 동기부여의 말도 보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