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신공항(한따와디 공항) 개발 사업 수주전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 컨소시엄이 초반의 열세를 뒤집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택되면서 우리나라 공항의 앞선 기술력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지난해 7월 미얀마가 입찰에 부친 제2양곤신공항 개발사업의 사전자격심사에는 30개의 컨소시엄이 참여했고 7개가 통과했다. 이 가운데 사업제안서가 통과된 곳은 인천공항공사 컨소시엄을 비롯해 싱가포르의 용남, 일본 타이세이, 프랑스 빈치사까지 4개 컨소시엄. 이번 수주전의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일본의 타이세이 컨소시엄이 가장 유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로 일본은 미얀마에 군사 정부가 수립되기 이전에는 3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는 등 최대의 원조 제공국이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미국과 중국이 각축을 벌이는 미얀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통 큰 원조 선물을 미얀마에 안기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일본 총리로는 36년만에 미얀마를 방문해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미얀마의 대일 부채 약 2,000억엔(2조2,112억원)을 탕감해주고 동시에 910억엔(1조61억원) 규모의 개발원조(ODA)를 미얀마에 제공하기로 했다. 지원액 910억엔 가운데 400억엔은 무상지원이었다. 일본은 이 같은 자금 지원이라는 무기를 내세워 미얀마 신공항 건설 사업 수주전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듯 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원조보다는 공항 운영 노하우와 기술력을 선택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천공항 컨소시엄은 기술제안서 면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 컨소시엄은 사업 수주를 준비해 온 지난 1년간 미얀마 정부 관계자들에게 공항과 관련해 많은 기술을 알려주면서 신뢰관계를 쌓아온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수주를 이끈 양기범 인천국제공항 해외사업단장은 "미얀마에서 신공항 사업 발주는 했지만 해당 사업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공사나 운영에 필요한 내용을 잘 모른다"며 "미얀마 측에서 중간 중간 우리나라에 기술적 자문을 구하기도 했고 우리 역시 공항에 초청해서 여러가지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신뢰관계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김포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인천국제공항을 만들어 대부분의 기능을 이전했던 우리나라의 경험과 미얀마의 상황이 비슷하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미얀마 교통부는 연간 여객처리 2,700만명 규모의 양곤 국제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양곤공항으로부터 60㎞ 떨어진 한따와디에 국제공항을 만들어 양곤 공항을 대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말 계약서에 최종 사인을 하면 2018년 연간 여객수송 1,200만명 규모로 한따와디 공항을 오픈한다. 이후에도 단계적으로 공항을 확장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처럼 향후 확장 공사를 벌여 최종적으로는 3,000만명이 이용할 수 있는 공항으로 키울 예정이다.
이번 사업으로 얻는 수익은 50년간 운영한다고 가정할 때 전체 투자 규모의 약 15% 정도로 예상된다. 양 단장은 "30년만 운영할 경우 수익률이 조금 낮아지는데 그럴 경우 미얀마 정부에서 수익을 어느 정도 보장하는 부가 조건을 달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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