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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역공약 타당성조사 면제 꼼수 없어야

정부가 124조원짜리 지역공약 이행계획을 5일 발표하면서 신규 사업의 타당성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167개 공약 모두를 국책사업화하겠다고 대못을 박지 않은 것이 일단 다행이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검토 결과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불분명하다. 이미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 난 사업을 수정ㆍ보완한다는 설명도 애매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차기 정부에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정부가 어정쩡한 입장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이것저것 해준다고 사고를 쳐놓고 정부가 뒷감당을 하려니 난감한 게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쏟아질 부당한 압력을 단호히 뿌리치고 재정투입 원칙대로 추진하는 게 긴요한 과제라는 얘기다. 현 시점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경제성이 없다고 판명된 사업들이다. 부적격 프로젝트는 조 단위 재정이 투입되는 철도와 도로 같은 사회간접자본시설(SOC)만 추려도 10여개에 이른다.

문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이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국가기간교통망 사업은 조사를 아예 면제해주자는 황당한 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 지난달에는 전국 자치의회의장협의회가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전철 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공약은 어떻게든 이행한다니 이 참에 대못을 박아두자는 심산이다.

사정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공약남발이 1차적 원인이지만 정부 스스로 자초한 탓도 있다. 기획재정부 장관의 면제 재량권을 사실상 무제한 인정하는 허술한 법령이 화근이다. 10조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된 4대강 사업의 졸속 논란은 면제 폐해의 단적인 사례다.



우리는 지역공약은 장기 재정계획과 예산지침에 의해 원칙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누차 지적했다. 그러려면 혈세 3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사업은 예외 없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한다. 면제기준 역시 엄격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고쳐 재정준칙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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