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경제주체가 그렇겠지만 숫자는 어렵다. 혼자 사는, 그래서 누구보다 단출한 가계부를 꾸리는 기자도 마찬가지다. 400조원에 가까워가는 나라 살림을 꾸리는 기획재정부는 오죽하랴.
그래서일까. 한 해 예산안과 중장기 재정 전망, 세법개정안에 딸린 법안비용 추계서까지 재정당국이 국회에 제출한 '국계부(國計簿)'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못 믿을 만한 곳이 한둘이 아니다.
최근에는 내년 기준으로 33조원의 지출 효과가 있다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법안비용 추계서를 뜯어보다 석연찮은 부분을 발견했다. 올해 세법개정안으로 오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20조7,479억원의 감세 효과가 있다는 게 해당 문서의 문패다.
문제는 계산이 엉터리라는 사실이다. 비용 추계서에 잡혀 있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고창세)는 2016년부터 일몰 예정인 2018년까지 연간 1조7,960억원, 모두 5조3,880억원의 감세 효과가 발생한다. 계산에 적용된 금액은 지난 2013년 감면액이 기준이다. 하지만 2015년부터 적용이 되는 고창세 감면액은 9,167억원이다. 올해부터 대기업에 대한 기본공제율이 1%포인트 인하된 탓이다. 한 가지 항목에서만 무려 2조6,000억원 차이가 난다.
이런저런 의구심에 질문을 던졌더니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세법개정안 국회 제출일이 9월22일인데 법제처 심사 때문에 9월 초 만든 비용 추계서입니다. 그렇다 보니 아직 나오지 않은 조세지출 예산서상의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반영할 수 없어요. 적용된 금액은 모두 2013년도가 기준입니다." 그리고 나선 "비용 추계서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고도 했다.
셈법이 엉터리인 셈을 자인한 것은 둘째 치고 법안 통과의 근거가 되는 비용 추계서가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라 살림의 계산법은 그 무엇보다도 정확해야 한다. 3년 연속 세수펑크의 멍에를 짊어질 현 재정당국이 되새겨야 할 원칙이 아닐까 싶다. /세종=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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